전형적인 ‘베드 타운’으로 평소에는 한적하기만 한 이 동네가 요즘 부쩍 어수선해졌다. 이곳에 있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삼남 홍걸(弘傑)씨의 집이 정말 호화주택인지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한국 보도진 때문이다.
주민들은 평소 키 큰 한국 유학생으로만 알고 있던 홍걸씨가 한국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며 그의 집이 과연 얼마나 좋은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 기자들이 몰려든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1986년부터 이곳에 살았다는 중국계 미국인 게리 초(48)는 14일 “미스터 김은 종종 골프치러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그의 집은 동네에서도 값이 싼 편에 속하는데 왜 호화주택 이야기가 나오느냐”고 의아해 했다. 홍걸씨의 앞집에 사는 존 시라카(50)는 “미스터 김의 부친이 옛날에 민주화 때문에 옥살이를 했고, 지금은 개혁을 주장한다는 한국 대통령이 정말 맞느냐”며 “대통령의 아들이 경호원도 없이 왜 이런 동네에서 사느냐”고 반문했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자신들의 동네에 홍걸씨가 사는 게 왜 한국에선 ‘정치적 스캔들’이 되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벌리 힐스, 롤링 힐스 등 그림 같은 고급 주택가가 즐비한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토런스를 부자들이 사는 호화주택지역으로 보는 미국인은 없기 때문이다.
홍걸씨의 부인도 어렵게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더 이상 우리 가족 얘기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미국인 주민들은 커튼이 내려진 채 출입문이 굳게 잠긴 홍걸씨의 집을 바라보며 이번 ‘소동’으로 별로 나쁘지 않은 이웃인 홍걸씨 가족이 행여 딴 곳으로 옮기는 것은 아닌지를 걱정했다.
한기흥<워싱턴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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