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 떠나 '기회의 땅 코스닥으로'…돈 대이동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31분


‘거래소 폭우, 코스닥 변화무쌍’. 14일 서울 주식시장의 기상도(氣象圖)다.

거래소시장은 장 초반부터 줄곧 약세를 헤어나지 못한 반면 코스닥시장 종합지수는 하루 변동폭이 사상 최대인 28.55포인트에 이르는 등 전형적인 널뛰기 장세 일명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추세가 무너진 거래소시장은 물론 들쭉날쭉하는 코스닥시장 역시 개인들이 단독 결정으로 투자하기에는 위험도가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거래소시장 무너지나〓지난 주말 미국증시 폭락의 여파를 여과없이 받은 데다 7일이후 5일연속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들이 14일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수익 어렵다" 너도나도 손절매▼

근본적인 원인은 ‘전통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보편화됐기 때문. 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펀드내 코스닥주식 편입비중을 늘리고 있는 데다 개인들 역시 코스닥으로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시장 거래대금은 지난 8일부터 역전돼 14일에는 거래소시장이 3조원대에 머문 반면 코스닥시장은 6조4211억원에 달했다.

미래에셋 이병익 자산운용본부장은 “투신사들이 펀드내 코스닥종목 비중을 높이기 위해 거래소종목을 팔아 주가가 하락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이 손절매에 나서 다시 주가하락폭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교차 28P 코스닥 변화무쌍▼

▽널뛰는 코스닥시장〓원래 주가변화가 심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14일에는 도가 지나쳤다는 게 투자자들의 반응. 이날 코스닥 종합지수는 일교차가 28.55포인트, 벤처지수도 81.34포인트를 기록, 유례없는 변덕을 부렸다. 지난주의 상승세가 이어져 강하게 출발했으나 벤처기업 세무조사 실시설과 외국인들의 순매도반전설 등이 장중 악재로 전해지며 분위기를 급랭시킨 것. “근거없는 악재성 루머가 나도는 것은 지수상승이 거의 마무리됐다는 증거”라며 손을 털고 나가는 투자자들이 속출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한통프리텔 다음커뮤니케이션 로커스 등을 중심으로 67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 지난달 17일 이후 20일연속 순매수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증권 코스닥분석팀 나홍규팀장은 그러나 “외국인들이 2월 코스닥시장 반등의 주역임에는 틀림없지만 곧 1차매수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매수강도가 약해지면 본격적인 조정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때까지 매매 삼가도록▼

▽쉬는 것이 최선의 전략〓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취할 최선의 전략은 쉬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 나팀장은 “일단 현금확보를 하고 2∼3개월간은 주식매매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굳이 하려거든 대형주를 버리고 투자자산의 10%내에서 철저히 개별종목 위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한투신 이재현 펀드매니저 역시 “당분간은 ‘누가 피해를 적게 보느냐’가 관건이 되는 장세가 계속될 것 같다”며 “거래소나 코스닥이나 모두 다시 안정을 찾을 때까지 매매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엄준호연구원은 성장성이 높은 코스닥종목은 여전히 유망하다는 견해. 그는 “코스닥시장은 아직 상승의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며 “동양반도체 화인반도체 동진쎄미켐 등 반도체 네트워크장비 업종이 지금의 패션주”라고 소개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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