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Business]"소비자 입장에서 기업을 보라"

  • 입력 2000년 2월 11일 00시 52분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C K 프랄러드는 10년 전 동료인 게리 하멜과 함께 경영학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 그들은 ‘미래를 위한 경쟁’이라는 책에서 기업은 스스로를 능력의 집합체로 보아야 하며 자신의 ‘핵심적인 능력’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이윤을 내고 새로운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는 독특한 기술과 능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주장은 오늘날 경영학계에서 확고한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자신들의 ‘핵심적인 능력’을 찾기 위해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부어 본 적이 없는 기업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이제 인터넷 경제가 또 한번의 코페르니쿠스적인 혁명을 요구하고 있다. 프랄러드 교수는 기업이 안을 보지 말고 밖을 보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각, 즉 소비자의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제품 정보를 얻고, 쉽게 정보를 분류하고, 다른 인터넷 사용자와 힘을 합칠 수 있는 잠재력까지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좌우하는 힘의 균형이 소비자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단언한다.

프랄러드 교수는 지난주 전화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소비자가 기업을 이끌게 될 것”이라면서 전통적인 기업 경영방식에 구애받지 않는 인터넷 기업들에서는 벌써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기업들이 언제나 소비자의 기호와 성향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터넷 덕분에 이제는 소비자들이 주도권을 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며, 가장 친절하게 응대하는 기업을 향해 재빨리 방향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힘의 방향을 조종하는 법을 찾아내는 것이 기업들의 새임무가 되었다.

프랄러드 교수는 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기업들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체험해보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소비자가 제품을 사기 위해 탐색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직접 제품을 사는 단계, 제품을 사용하는 단계, 마지막으로 제품을 폐기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어떤 경험을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랄러드 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그가 미시간대의 동료 교수인 벤카트램 래마스워미와 함께 써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 ‘소비자의 능력을 흡수하는 법’에 담겨있다.

두 사람은 인터넷이 소비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뿐만 아니라 기업들에도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기업은 이 새로운 도구를 이용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한 다음 소비자가 스스로 방향을 결정하도록 할 수 있다. 기업은 또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식과 의견을 받아들여 제품을 개선하는 데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2000 시험판 시험에 참가한 소비자는 65만명이 넘었다.

프랄러드 교수와 래마스워미 교수는 기업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네 부분으로 구성된 청사진을 제시한다.

△아마존이 고객들에게 도서를 추천하고 고객들의 독후감을 웹사이트에 게재하는 것처럼 적극적인 대화를 이용한다 △시스코시스템의 소비자들이 서로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주는 것처럼 소비자들의 공동체적 힘을 동원한다 △소비자들의 다양성을 고려한 제품을 만든다 △어린이의 능력에 맞춰 적응하는 기능을 갖춘 학습 프로그램처럼 소비자의 개인적인 특성을 고려한 제품을 만든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가장 싼 곳을 찾아 이 사이트, 저 사이트를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사이트에 익숙해지면 그냥 그 사이트를 계속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훌륭한 웹사이트와 제품을 갖춘 기업은 소비자들을 계속 붙잡아둘 수 있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에릭 존슨 교수는 “규칙은 변하지만 그 결과는 거의 똑같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financial/020900manage-col.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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