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유배수석 발언의 경우

  • 입력 2000년 2월 2일 19시 10분


김유배(金有培)대통령복지노동수석비서관이 1일 소득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언급한 ‘유가증권 양도차익 과세 검토’ 발언은 한마디로 무책임하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금융시장이 그의 발언으로 더욱 출렁거렸다. 그러자 대통령경제수석실과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가 서둘러 부인하고 나섰다. 김수석 자신도 “여러 논의와 부처간 협의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검토돼야 할 과제로 언급했던 것”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주무장관도, 담당수석도 아닌 복지노동수석이 유가증권 양도차익 과세를 언급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더구나 부처간 사전협의나 정책조율이 없었다면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그토록 민감한 문제를 불쑥 꺼낼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김수석은 ‘장기검토과제’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유가증권 양도차익 과세방안을 내년 이후 실시가 예정돼 있는 금융종합과세와 연계 추진” 운운한 당초 발언은 정책방향을 밝힌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김수석은 자신이 복지노동담당이고 발언장소가 분배구조 개선에 관한 토론장이었기 때문에 ‘나로선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계산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는 어디까지나 하나다. 책임 있는 당국자라면 어떤 형태로든 정책 혼선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은 삼가야 한다.

정책책임자들이 저마다 소관영역에 따라, 말하는 장소에 따라 동일사안에 대해 다른 소리를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 발언으로 인한 ‘혼란의 비용’은 정부도 치러야 하지만 결국은 죄 없는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혹시나 김수석의 발언에 모종(某種)의 다른 계산이 깔려 있었다면 그것은 다른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한가지는 유가증권 양도차익 과세를 꼭 실현하겠다는 확고한 정책의지가 없으면서 서민표를 의식하는 집권당측을 지원하기 위한 총선용 발언의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복지노동수석이 과세론을 제기하고 주무부처쪽에선 이를 부인하는 역할분담을 통해 여론의 향배를 떠보려고 ‘기획’했을 가능성이다. 어느 쪽이건 그런 계산은 불순한 것으로 ‘국민의 정부’라면 해서는 안될 행위다.

이번 김수석 발언의 배경과 진의는 불분명하지만 차제에 모든 당국자에게 정책발언에 신중해줄 것을 요망한다. 지난달 개각 이후에만도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이 환율정책을 놓고 말을 바꾸었고, 문용린(文龍鱗)교육부장관은 기여입학제 허용의사를 밝혔다가 몇십분 만에 취소하는 무소신을 드러냈으며, 김윤기(金允起)건설교통부장관은 판교 개발에 관해 긍정 검토 입장을 보였다가 번복했다. 이런 사례를 더 만들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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