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인턴연구원制가 '석박사 구직난' 푼다

  • 입력 2000년 1월 28일 18시 25분


지방대를 나온 이모(30)씨는 한때 ‘고급 실업자’였다. 공업화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지만 IMF의 여파로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씨는 지난해 한국과학재단이 시행한 ‘인턴 연구원’제도에 응모했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프로필과 성적증명서를 올려놓은 것. 얼마 가지 않아 이씨는 고향 인근의 환경 수처리 중소기업인 Y산업에 인턴연구원으로 채용됐고 수습기간 6개월을 마친 뒤에는 정식 연구원이 됐다.

고급인력 채용을 엄두도 내지 못했던 중소기업 H사는 최근 인턴연구원 제도 덕분에 석사급 인력 2명을 정식직원으로 고용했다. 이들이 탁월한 연구능력에도 불구하고 고액의 임금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과학재단이 시행하는 ‘인턴연구원’제도가 고급두뇌 인력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제도는 과학재단이 인턴연구원 1인당 80만원(석사) 100만원(박사)의 연구수당을 지원해주는 것. 채용한 기업도 30만∼80만원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고급인력들은 적지 않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도 큰 인건비 부담 없이 고급두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이 제도를 통해 취업의 문을 뚫은 석박사급 고급두뇌는 2349명에 달했다.

28일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석사나 박사학위를 받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고급두뇌는 1월초를 기준으로 약 4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과학재단은 2월부터 석박사 미취업자 가운데 1000명을 또 한차례 인턴연구원으로 선발해 지원하기로 했다. 희망자는 과학재단의 홈페이지(www.kosef.re.kr)에서 ‘인턴연구원 지원사업’을 클릭한 뒤 자신의 프로필과 성적증명서 희망근무기관 지역 등을 작성하면 된다. 연구기관과 중소기업은 구직자를 서류로 평가하거나 접촉해 채용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채용시점은 4월부터. 단 채용이 결정되면 과학재단에 통보하고 인턴연구원에 대한 처우를 정기 점검받아야 한다.

과학기술부는 “고급두뇌의 경우 미취업 기간이 장기화되면 연구능력과 현장적응력이 저하될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인턴연구원에 대해 6개월 단위로 최대 1년까지 수당을 지원해 연구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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