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몸이야기]치아/씹고… 끊고… 바위같은 단단함

  • 입력 2000년 1월 27일 19시 14분


가수 이문세의 치아는 다른 사람의 이보다 훨씬 더 길다. 과학자들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치아의 모양이 그 사람의 얼굴형과 대체로 비슷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얼굴이 동그란 사람은 치아도 둥그렇고 얼굴이 길쭉한 사람은 치아도 직사각형으로 길다. 우리나라 사람의 치아는 서양인 치아보다 짧고 둥글다.

치아가 쭉 늘어선 ‘치열’은 사람의 얼굴꼴과 더욱 밀접하다. 법의학자들은 화재 사고로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때 치아가 나는 길인 ‘치열궁’을 보고 얼굴 형태를 알아내고 누구인지를 추정한다. 사람의 치아는 ‘또하나의 신분증’인 셈이다.

▽ 젖니와 간니 ▽

젖니는 20개. 만 6세 무렵 젖니 치열의 맨 끝에 첫 번째 간니(영구치·永久齒)인 어금니가 나오고 6∼12세 때 젖니와 간니가 하나씩 ‘배턴 체인지’를 한다.

치과계에선 첫 어금니를 ‘6세 구치(臼齒·어금니)’라고 부르며 6과 9를 따서 6월9일을 ‘구강보건의 날’로 정했다.

이 치아는 간니 중 가장 많이 상하기 때문에 치과 의사들에게 돈을 잘 벌어주는 ‘효자 치아’이기도 하다.

간니는 28∼32개. 사람마다 수가 다른 것은 사랑니 때문. 사랑니는 질긴 음식을 씹어먹어야 해 턱뼈가 강했던 옛날엔 곧바로 나왔지만 요리의 발달로 턱뼈가 약하게 된 오늘날은 삐뚤게 나오거나 잇몸 속에 숨게 됐다.

간니의 가장 바깥 부분인 법랑질은 사람의 몸 중 가장 단단한 부분으로 수정(水晶)과 경도가 비슷하다.

아이들은 사고로 이가 부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1∼2시간 내에 병원으로 갖고 가면 다시 붙일 수 있다. 이때 생리식염수나 우유에 부러진 치아를 담아가거나 입안에 물고 병원으로 가야한다.

▽ 치아의 역활 ▽

치아는 소화기관의 첫 부분. 때때로 실을 끊는데 쓰기도 하고 ‘무식한 싸나이들’이 소주병을 따는데도 이용하지만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음식물을 씹는 것 외엔 거의 쓰지 않는다.

음식이 입안에 들어오면 위 아래 각 8개의 앞니가 듬성듬성 끊으면 송곳니가 찢는다. 작은 어금니는 이를 잘게 부수고 큰 어금니는 갈아서 씹은 다음 목구멍 쪽으로 보낸다.

치아는 발음과도 관련있다. 이를 뽑거나 틀니를 한 경우 치음(齒音·ㅅ ㅈ ㅊ ㅉ ㅆ) 뿐 아니라 다른 발음도 어색해진다.

치아는 또 아름다운 표정을 만들어준다. 미학적으로 표정이 아름다우려면 웃을 때 위 치아의 아랫선과 아랫입술이 평행이 되는 것이 기본.

미소 지을 때 윗입술 아래로 앞 치아 몇 개만 1∼2㎜가 보이고 크게 웃을 때 윗송곳니 두 개의 안쪽으로 치아 1,2개씩이 더 보이고 아랫입술의 윗선과 위 치열의 아랫선이 일치한다면 그야말로 ‘만점 표정’.

▽ 건강한 치아을 위해 ▽

인류에게 가장 흔한 질병은 충치. 브리태니커사전에 따르면 구석기시대엔 충치가 없었지만 신석기시대에 생기기 시작해 점점 늘어났다. 이는 음식문화의 변화에 따른 것.

인류는 충치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고 양치질의 역사는 최소 35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1500년 고대 이집트에선 열매가루와 돌가루 등을 꿀에 섞어서 이에 발랐고 300년 뒤 메소포타미아에선 백반과 박하를 손가락에 발라 이를 닦았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양치질 이론’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 10여년 전까지는 위아래로 닦는 것이 올바르다고 여겼지만 현재는 칫솔의 옆면을 45도로 기울여 자그만한 원을 그리며 한 치아에 20번 정도 떠는 듯한 동작으로 칫솔질하는 것이 ‘모범답안’. 하루 최소 두 번 닦아야하며 3,4개월에 한번은 칫솔을 바꾸는 것이 좋다.

한편 임신 중에 염증이 생겼을 경우 치과치료를 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치과에서 쓰는 국소마취제는 태아에게 해가 없으므로 치료받는 것이 좋다.

(도움말〓서울대치대 치주과 류인철교수, 연세대치대 소아치과 최병재교수)

▼ 교정치료 ▼

아름다운 얼굴 윤곽에 가지런한 치열은 보는 이에게 상쾌한 느낌을 준다. 부모가 조금만 주위를 기울이면 아이에게 예쁜 치열을 만들어줄 수 있다. 차선은 적기에 교정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 교정치료는 나이와 치료목적에 따라 방법과 비용이 다르다.

▽어린이 턱뼈교정〓자녀들의 아래 앞니가 윗니를 덮거나 아래 앞니가 입천장에 닿을 경우 병원을 찾는다. 치아를 뽑지 않고 아래턱을 덜 자라게 하고 위턱은 잘 자라게 하는 기구를 끼게 한다. 5세부터 교정받을 수 있으며 기간은 1년∼1년반. 비용은 200만∼300만원 정도. 부모나 친척 중 주걱턱이 있으면 아이의 턱에 신경써야 하며 턱을 괴거나 한쪽 방향으로만 음식물을 씹지 않도록 고쳐줘야 한다.

▽어린이 치아교정〓위 송곳니가 반쯤 나온 만12세 쯤이 적기. 치아가 많이 삐뚤 경우엔 몇 개를 뽑아야 하지만 8,9세 때 교정치료를 시작해 간니가 나올 공간을 만들어주면 뽑지 않아도 된다. 300만∼500만원.

▽어른 치아교정〓입이 튀어나왔거나 치열이 많이 삐뚤어진 경우 대부분 치아 2∼4개를 뽑고 교정장치를 단다. 밖에서 장치가 보이는 ‘순측교정’과 보이지 않는 ‘설측교정’이 있다. 설측은 사회생활에 지장을 덜 주지만 1주 정도 발음연습을 해야 하며 비싼 것이 흠. 순측 300만∼500만원, 설측은 최소 700만원.

▽어른 주걱턱 및 치아교정〓만18세가 적기. 턱뼈 수술을 받기 전 1년 동안 치열 교정치료를 받는다. 주걱턱 수술만 하면 수술 뒤 위아래 이가 맞지 않아 씹는데 지장이 있기 때문. 수술 뒤에도 10개월 정도 교정치료를 받는다. 턱뼈 수술비용만 800만∼1000만원.

(도움말〓연세대치대 교정과 황충주교수 02-361-8780, 미시간&인디애나치과 심영석원장 02-547-2836)

▼ 유아기 치아건강 관리 ▼

젖니는 생후 6개월 아랫니 두 개부터 나서 3세까지 20개가 나오고 6∼12세 간니로 바뀐다. 젖니의 가장 큰 역할은 간니의 자리를 확보하는 것. 간니는 젖니의 뿌리를 흡수하면서 잇몸 밖으로 쳐올라오는데 그 이전에 젖니는 자연스럽게 빠진다.

▽일찍 뽑으면 안돼요〓젖니는 살짝 건드려도 흔들릴 때 뽑아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데 미리 뽑으면 양쪽의 젖니들이 안쪽으로 기울어서 간니가 삐뚤게 나온다. 웬만하면 치과에서 뽑는 것이 좋다. 집에서 뽑으면 젖니 뿌리의 일부가 잇몸에 남아서 간니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충치가 생겼을 때〓젖니의 충치는 아기가 젖병을 물고자는 경우 많이 생겨 ‘젖병 충치’라고도 부른다. 위쪽 앞니 옆 중간 부분부터 썩는데 치아 표면에 희끗희끗한 반점이 띠 모양으로 나타나다가 점점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할 때 치과에 가면 변색 부분만 갈아내고 레진성분의 수복제로 떼우면 된다.

▽충치를 방치하면〓치아조직이 깨져 나가 구멍이 생기면 충치 부위를 갈고 치아 전체를 금속 재료로 덮어씌운다. 이때 어금니에 금을 입힐 필요는 없으며 앞니에도 치아 속 신경에 지지대를 박아서는 안되지만 일부 병원에선 그렇게 하므로 주의. 젖니의 뿌리까지 녹으면 이를 뽑아내고 나중에 간니가 제대로 나오도록 공간유지장치를 달아야한다. 아주 드물지만 젖니들 중 반 이상이 상한 경우 상한 이들을 뽑고 틀니를 해야 한다.

▽충치 예방법〓2세까지는 수유 뒤나 자기 전 깨끗한 헝겊을 따뜻한 물로 적셔 이를 닦아준다. 아기가 우유병을 달라고 보챌 때엔 우유 대신 물을 넣어주고 가능하면 빨리 컵으로 먹도록 유도. 세 살 이후엔 칫솔질을 가르치는데 아이는 손놀림이 둔하기 때문에 옆으로 닦게 한다.

3세 이후엔 1년 한번 정도 치아 표면에 불소를 입히면 좋다. 젖니는 치아조직이 아주 얇은 경우를 제외하곤 어금니에만 실란트를 하고 나머지엔 하지 않는 것이 원칙.한편 부모로부터 아기에게 충치가 옮아갈 수 있으므로 충치나 치주염이 있는 부모는 아기와 뽀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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