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디카프리오의 '비치'/환상의 섬 모험여행

  • 입력 2000년 1월 27일 19시 14분


파라다이스. 동서고금의 인간들이 꿈꾸고, 찾아온 세계가 아닐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비치(The Beach)’는 이상향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좌절을 그린 작품. 알렉스 갈란드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여행광 리차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이국적인 정취가 가득한 동양의 한 섬에서 겪는 환상적이면서도 소름끼치는 체험을 다뤘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스타인 ‘타이타닉’의 디카프리오와 ‘트레인스포팅’의 대니 보일 감독. 이름만으로도 짜릿한 자극이 기대되는 두 사람의 조합이다. 그러나 작품 자체는 쉬워졌지만 보일의 골수팬이라면 대중적인 타협에 실망할 수도 있다.

리차드는 태국 방콕에서 정신 착란 상태의 대피(로버트 카알라일)로부터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을 지닌 해변이 있는, 지상유일의 파라다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리차드는 방문에 붙여진 이 곳의 지도를 발견하고 대피를 찾지만, 그는 이미 자살한 상태. 리차드는 옆방에 묵고 있는 프랑소와즈(비에르지니 레도엔)와 에티엔(기욤 카네) 커플에게 함께 파라다이스를 찾아갈 것을 제안한다.

영화의 도입부는 파라다이스행 비밀지도, 두 남자와 한 여자의 묘한 동행, 완벽한 자연미를 자랑하는 미지의 섬 등으로 예측불허의 모험을 암시한다. 영화는 파라다이스를 둘러싼 갈등을 통해 차츰 사랑과 욕망 등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로 방향을 옮겨간다.

영화 속 파라다이스의 실체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닌 해변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공동체다. 살(틸다 스윈튼)을 지도자로 하는 이 공동체는 문명을 혐오하면서도 아스피린, 콘돔, 비누, 신문까지 문명의 부산물을 떨치지 못하는 자기 모순을 보여준다.

이 영화가 자랑하는 최고의 상품은 역시 디카프리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으로 여성 팬의 심금을 울렸던 매력적인 남성상이 없다. 눈이 맑은 청년 리차드가 욕망을 좇아 타락한 채 정글을 헤매면서 짐승처럼으로 으르렁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타이타닉’으로 250만달러(약 30억원)를 받았던 디카프리오의 이번작품 출연료는 무려 2000만달러(약 240억원). 태국 푸켓의 작은 섬 안에서 100그루의 코코넛 나무를 심으면서 촬영한 경치와 수중의 러브신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18세 이상 관람가. 한국에서의 디카프리오의 인기와 설 특수를 이유로 미국보다 한 주 앞선 2월3일 세계 최초로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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