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용정/그들만의 장관

  • 입력 2000년 1월 10일 19시 48분


▷개각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경제부처 장관의 대이동과 일부 사회부처 장관의 경질이 점쳐지고 있다. 이번 개각은 4월 총선이 가장 큰 변수지만 집권 3년차를 맞아 내각을 일신할 필요성도 있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이번 개각에서는 개혁적인 인물들이 우선 고려될 것이며 전문성 있는 인사와 국민적 화합을 이룰 인사,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심화된 빈부격차 해소 등 국민복지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발탁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천 관가에서는 벌써부터 관련부처 장관들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인사란 마지막 뚜껑이 열려야 아는 것이지만 하마평만 놓고 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일 수도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개혁성 전문성 등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좁은 ‘인재 풀’안에서의 자리이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굳이 자민련 지분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총리 내정자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장관’을 예고한다. 구체적으로 거명되는 인사들을 떠올리면 그것은 더욱 확연해진다. 대부분의 인사가 개발연대의 관치경제에 익숙한 ‘테크노크라트’ 아니면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프로그램을 충실히 따른 사람들이다.

▷새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화’ ‘글로벌화’다. 인터넷혁명으로 대변되는 디지털화와 정보지식혁명은 경제의 패러다임은 물론이고 정부의 운영원리, 기업경영방식, 우리의 삶과 행동양식, 가치관까지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메가챌린지’ ‘메가컴피티션’ ‘광속도의 변화’는 필수적이지만 기술발전과 그에 대응하는 조절능력의 성숙 없이는 갈등과 경쟁의 극대화라는 ‘아마겟돈’의 혼돈을 피할 수 없다. 존 내비스트의 ‘하이테크, 하이터치’와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결국은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 하나의 원인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는 ‘복잡계’의 전개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생명 환경 인간 등의 키워드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그랜드 스트래티지’가 승자와 패자를 가름할 것이다. 새 내각의 면면은 기득권과 과거에 매달려 있는 기술관료나 추상적 슬로건이나 되뇌는 얼치기 개혁인사가 아니라 미래를 꿰뚫는 비전과 전략을 갖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김용정<논설위원>yjeong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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