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바로 서야 할 어린이 척추

  • 입력 2000년 1월 10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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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초등학생 100명중 15명은 허리가 심하게 휘는 ‘척추측만증’ 증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초등학생은 허리가 휘었다 해도 교정이 가능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의학상의 관점일 것이다. 어린이의 척추 구부러짐 현상은 교육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일이고, 학부모가 신경을 써야 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는 학교나 가정의 교육문제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어린이의 척추측만을 예방차원에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당국이나 학부모의 대응자세가 우려되는 것이다.

조사 통계의 결과를 보면 당국이나 학부모의 자세를 안일하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해 서울시 480개 초등학교 5,6학년생 21만70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5.1%인 3만2880명이 자세이상자로 판명됐는데 이는 98년의 조사에서 나타난 11.5%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물론 98년의 조사는 대상자가 1만1370여명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오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른들이 초등학생의 척추 휨 현상에 대해 무심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척추가 10도 이상 휜 척추측만증 환자도 97명이나 나왔다.

어린이의 척추 휨 현상은 심리적 영향요소가 된다는 점에서도 어른들은 주의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척추는 성장이 급격히 이뤄지는 사춘기 무렵에 가장 크게 변한다고 한다. 따라서 성장기간이 4,5년 남아있는 초등학교 5,6년생에게 허리 휨 증세가 나타났다면 그러한 증세는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허리가 휜 어린이들이 중고등학교 생활때까지 계속 척추 문제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면 개인적이건 교육적이건 그 피해는 상당할 것이다.

척추의 휨 현상의 원인은 의학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대체로 자세불량, 공부 스트레스, 장시간 컴퓨터 사용, 운동부족 등이 꼽히고 있다. 자세불량은 잘못된 생활 습관 때문도 있겠지만 체격에 비해 여전히 크기가 작은 책걸상이나 무거운 가방과 같은 교육현장의 불비한 여건도 그 원인일 것이다. 대학 입시를 겨냥해 초등학교부터 어린이를 주눅들게 하는 어른들의 압박이나 운동장은 있어도 체육시간은 없는 행태도 역시 한 요인이라 할 것이다.

척추측만 증세의 극복은 조기발견과 교정치료가 유일한 대응책이라고 한다. 교사 학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은 초등학생에게 바른 자세를 갖추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리고 당국은 초등학생에 대한 척추측만증 검사를 정기적으로 그리고 전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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