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원조매춘 공개' 법에 없다고…

  • 입력 2000년 1월 3일 21시 16분


공종식<정치부> 국회 법사위에서는 요즘 미성년자 매춘사범의 ‘인권’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논쟁의 도화선은 지난해 12월28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

이른바 ‘원조(援助)매춘’이나 ‘영계문화’ 등을 예방하기 위해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매춘행위를 하다가 적발돼 형이 확정된 어른들의 이름과 직업 등을 정기적으로 관보에 게재하자는 것이 법안의 골자.

법안이 ‘법리(法理)’에 밝은 율사출신 의원들이 포진한 법사위에 회부되자 즉각 반론이 제기됐다. “신상공개는 헌법이 보장한 사생활보호 원칙에 어긋나며 이미 처벌을 받은 사람을 또 다시 명예형으로 처벌하는 등 이중처벌이기 때문에 위헌소지가 있다”는 게 율사 출신 의원들의 논리.

그러나 비율사 출신인 국민회의 조순형(趙舜衡)의원은 “미성년자 매춘사범은 기본권을 포기한 사람”이라며 “병무비리 관련자와 세금고액체납자 명단공개도 법적 근거는 없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다”며 반론을 폈다.

결론을 내지 못해 소위로 넘겨진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31일 반대하는 율사출신 의원들이 일부 불참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소위를 통과했으나 5일 전체회의라는 제2의 ‘저지선’을 통과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율사출신 법사위원들의 ‘신중한’ 태도는 적어도 ‘법리적으로는’ 옳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도 메건 캔타라는 7세 여자어린이가 전과 2범의 성폭행범에 의해 강간 살해당한 것이 계기가 돼 96년부터 미성년자상대 성범죄자의 신상과 소재를 주민들에게 공개하는 내용의 ‘메건 법(Megan’s Law)’을 제정해서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보다 인권을 덜 중시해서 이같은 법을 제정했는지 법사위원들은 다시 한번 곰곰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공종식〈정치부〉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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