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전기 '힐러리의 선택' 발췌 요약

  • 입력 1999년 12월 19일 22시 48분


힐러리 로덤 클린턴은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었다. 그녀는 자제력과 추진력을 잃은 적이 없다. 최근 ‘힐러리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힐러리의 전기를 내놓은 게일 쉬이는 우리에게 힐러리가 고등학생일 때의 일화를 들려준다. 힐러리의 역사 교사가 학기말에 15∼20 페이지짜리 리포트를 써오라는 숙제를 내주었을 때의 일이다. 힐러리는 150개의 각주가 달린 무려 75페이지나 되는 논문과 50개의 참고문헌 목록을 제출했다. 그 숙제를 내준 교사는 쉬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아이들한테서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한테서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기는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쉬이는 ‘힐러리의 선택’에서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힐러리의 어린시절부터, 워싱턴이나 뉴욕에서 변호사로 자리를 잡는 대신 빌 클린턴과의 결혼을 선택한 젊은 시절과 백악관 시절에 이르기까지를 자세하게 묘사한다. 다음은 ‘힐러리의 선택’중 일부를 발췌, 요약한 것이다.

▼ 평범한 집안 배경 ▼

힐러리 클린턴을 어린 시절부터 잘 아는 사람들은 그녀의 강철같은 의지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좋은 점수를 받고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했던 그녀의 야망을 이야기한다. 힐러리의 이 강철같은 성격의 근원이 무엇일까.

힐러리의 가족들은 그녀가 세 살 때 시카고 교외의 파크 리지로 이사했다. 거의 전적으로 백인들만 모여 사는 동네인 그곳은 상승욕구가 강했던 로덤가족이 그들의 자랑인 힐러리를 기르기에 적절한 곳이었다.파크 리지 사람들은 이웃들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민감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양복을 차려 입었으며, 모두 전문직업인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힐러리의 아버지인 휴 로덤은 전문직업인이 아니라 상인이었으며, 힐러리의 어머니는 간신히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뿐이었다. 힐러리의 친구들은 그녀의 아버지가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

로덤 가문은 휴의 조부대에 영국 웨일스에서 이민을 왔다. 휴는 미식축구 장학금을 받아 펜스테이트 대학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했으나, 대공황기에 졸업을 하는 바람에 광원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커다란 야망을 갖고 있던 그는 마침내 황량한 탄광촌을 벗어나 시카고 교외에 살면서 컬럼비아 레이스 회사의 커튼 판매원이라는 직업을 얻을 수 있었다.

휴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해군에서 신병교육을 담당했던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그는 비록 전투를 직접 목격한 적도 없었고 전쟁 중에 미국 땅을 떠난 적도 없었지만, 자식들 앞에서는 패튼 장군처럼 행동했다.

▼ 신분상승욕구 특히 강해 ▼

로덤가의 이웃들은 미국의 신흥 계급으로서 귀족적인 습관과 예의를 고수했다. 그러나 휴는 그런 것을 따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퉁명스럽고, 참을성이 없었으며, 구두쇠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는 밤마다 집의 난방을 꺼버리곤 했는데, 자식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얼어죽을 지경이라고 아무리 불평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식들에게 강해질 것을 요구했다. 로덤가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곧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힐러리의 어머니 도로시는 “그 아이가 아버지를 참고 견뎌야 했기 때문에 나중에 그렇게 포용력이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빌과 힐러리의 성격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내주는 일화가 하나 있다.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가 대통령의 진술을 받기 위해 백악관에 왔을 때의 일이다. 클린턴은 자신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만 하면 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스타 일행에게 매우 정중하고 협조적인 태도를 취했다.

▼ "그녀도 경청할줄 안다"

그러나 대통령에 이어 증언을 하기 위해 방에 들어온 힐러리는 아무 말도 없이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한 말은 “시작합시다”가 전부였다. 대통령의 변호사였던 제인 셔번은 “그녀는 필요한 대답만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힐러리의 수석보좌관인 매기 윌리엄스가 공화당의 알폰스 다마토 상원의원이 조직한 화이트워터 관련 위원회에서 마구 공격을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힐러리는 자신이 다마토의 직접 대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힐러리의 의견에 감히 내놓고 반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마침내 셔번이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서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영부인이 다마토 위원회에 나타나면 아주 떠들썩해질 겁니다. 다마토한테 그렇게 주의를 끌 기회를 줄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그의 청문회는 결국 실패할 겁니다.”

힐러리는 매우 놀란 얼굴이었다. 셔번은 “힐러리는 남들이 자신의 말에 반대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면서 “그녀는 자신이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지’라고 말할 때 사람들이 얼마나 깜짝깜짝 놀라는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셔번은 “나는 그 사건을 통해 힐러리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그리고 사람들이 그녀의 힘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게 되었다”면서 “그러나 사람들은 힐러리가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http://www.nytimes.com/books/first/s/sheehy―choic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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