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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9일 19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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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화절상 당연▼
하반기 들어서도 수출의 빠른 증가세에 힘입어 실물경제의 회복속도는 가속화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보면 이를 반영하여 원화가치 역시 당연히 절상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우사태로 인한 금융불안이 야기되면서 원화가치는 오히려 절하되어 1210원대까지 하락했다. 따라서 최근 환율이 수치상으로 좀 과도하게 하락한 것 같지만 대우사태로 인한 환율상승 요인을 제외한 6월말 기준으로 계산하면 단지 2.5% 정도 절상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지속되어온 금융불안이 원화가치의 절상압력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11월4일 정부가 금융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발표한 금융시장안정 종합대책이 시장참여자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그동안 억압되어왔던 원화 절상압력이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원화가치가 앞으로 얼마나 더 절상될 것인가에 있다.
통상 환율은 한 국가의 경쟁력을 대변하는 가격변수이다. 장기적으로는 세계경제 속에서 우리 경제가 위치하는 정도, 즉 기초경제 여건(펀더멘털)의 건전성 정도에 따라 그 값이 결정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기초경제 여건과는 다소 괴리되어 움직이는 경우도 가끔 있지만 결국은 기초경제 여건에 적합한 수준으로 회귀하게 되어 있다. 회귀하는 속도 조절은 주로 정부의 외환정책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면 1120원대로 하락한 원―달러 환율은 우리의 기초경제 여건에 비해 과도한 하락인가? 최근 한국 경제는 수출과 국내수요가 가파르게 회복되면서 12%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초에 8.6%까지 상승했던 실업률도 4.6%로 하락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엔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고 수출회복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도 낮아졌다.
이와 같은 국내외 여건의 변화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원화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매력을 증가시켜 대규모의 외자가 유입되고 있다. 따라서 수급상(단기적)으로나 기초경제여건상(장기적)으로 원화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고 1100원대도 그렇게 과도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금리 조절이 바람직▼
물론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이라는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이는 물가 금리 경상수지 등 기초경제여건의 안정을 통해 이루어져야지 정부의 의지를 바탕으로 한 안정은 진정한 안정이 아니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의 금융정책은 금리는 금리대로 그 목표 수준을 설정했고 환율은 환율대로 적정 수준을 정해놓고 그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간 자본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금리와 환율은 독립적으로 결정될 수 없다. 금리수준이 결정되면 그에 맞는 자본의 유출입으로 환율이 결정되거나 환율이 적정수준으로 유지되면 금리가 그에 맞추어 움직이게 하여야 한다. 특히 변동폭이 완전 자유화된 현행의 자유변동환율제 하에서는 환율이 전적으로 외환시장에서 결정되게 하고 금융정책을 통해 금리를 조절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며, 이 점이 자유변동환율제 실시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정책도 기초경제 여건이 부실해지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지만 금융시스템 부문만 제외하면 현재 한국의 기초경제 여건은 건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지금이 환율을 시장에 맡길 적기라고 생각된다. 유사이래 정부당국이 환율을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불안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제는 과감히 한번 맡겨보자. 그리고 나서 시장을 이야기하자.
신금덕(외환은행 경제연구소 동향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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