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태정씨는 말하라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8시 51분


전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에게 전달된 문제의 문건은 당시 검찰총장이던 김태정(金泰政)씨가 부인 연정희씨에게 준 것이라는 보도다. 김씨 본인은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아 정확한 진상에 대해서는 아직 속단할 단계가 아니다. 그러나 여러 정황으로 보아 문건이 김씨를 통해 연씨에게 갔을 개연성은 높다. 김씨는 당시 검찰총장이라는 핵심 직책에 있었고 옷로비의혹사건과 관련해 갖가지 의심을 받고있는 사직동팀의 지휘자 청와대 박주선법무비서관과는 고교 및 대학, 검사 선후배라는 특수한 관계에 있다. 그런 관점에서 사직동팀과의 관련여부를 둘러싼 의혹에 휩싸일 여지가 많다. 따라서 김씨는 문건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도 분명하게 해명하는게 옳다.

사직동팀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제의 문건은 사직동팀의 누군가를 통해, 또는 제3자를 거쳐 김씨의 손에 들어갔을 수도 있고 검찰의 자체 정보라인에 의해 입수돼 재가공됐을 가능성도 있다. 김씨는 어느 것이 진실인지 빨리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김씨 부부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서도 그렇다. 어떤 경우가 됐든 김씨가 검찰총장 자리에서 얻은 내사 또는 수사자료를 부인에게 건네 줬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조직과 국가 정보관리체계를 사적(私的)으로 이용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부인의 억울함을 해명하기 위해 줬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부인의 잘못된 행태를 은폐하는데 이용하려 했다면 그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특별검사팀은 이 사건을 둘러싼 로비의 실체와 위증, 은폐조작의혹은 물론 김씨의 책임까지 가감없이 밝혀내야 한다. 이 사건은 특검팀 수사에서 계속 드러나고 있듯이 내사단계에서부터 진실규명보다는 덮으려고만 하다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검찰수사도 연씨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지금이라도 관련자들은 있었던 그대로 모든 사실을 밝혀야 한다. 그것만이 사건을 신속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옷로비의혹사건이라는 어이없는 사건으로 인해 현 정권이 입은 도덕적 상처를 생각한다면 정권을 위해서도 빠른 매듭이 필요하다. 국민도 이제 옷사건 하면 신물이 날 지경이다. 장관급 부인들의 비정상적 사치행태에서 비롯된 사회적 위화감과 혼란, 엄청난 국가적 낭비가 더이상 계속돼서는 곤란하다.

이제 김태정씨가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놔야 한다. 그가 만약 지금도 뭔가를 숨기기 위해 골몰한다면 그것은 본인 자신이 두번 죽는 것임은 물론 검찰조직, 나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해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더이상 지체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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