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광옥실장이 유념할 일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8시 51분


한광옥(韓光玉)국민회의 부총재가 새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된 데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여권(與圈) 내부는 물론 야당과의 관계도 원만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게 돼 우선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반면 그가 과연 정치개혁에 적합한 인물이냐, 균형있게 민의를 파악하고 이를 대통령에게 직언(直言)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꽤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임 한실장은 3·30구로을 재선거 때의 ‘50억원 금권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야당이 한씨의 비서실장 기용에 대해 대화정치 복원 가능성을 들어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적극 환영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범동교동계로 분류되는 한실장이 내년 총선이라는 중대사와 맞물려 파벌주의 지역주의에 휩쓸려 균형감각을 잃고 측근정치의 폐해를 되풀이할지 모른다는 걱정도 작지 않다.

이런 일말의 우려를 씻기 위해서라도 한실장은 청와대 비서실을 비서실답게 운영해야할 책무가 있다. 무엇보다 전임비서실장중에는 비서로서의 역할을 뛰어넘어 ‘2인자 연’해왔던 사람도 있다. 그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비서는 어디까지나 비서로서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바른 판단과 정책결정을 돕는 보좌기능에만 충실해야 한다. 지금 나라를 온통 혼돈지경으로 몰고간 ‘옷 로비’사건만 해도 그렇다. 비서실 등 대통령 주변에서 왜곡한 여론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전달, 판단을 흐리게 했고 결국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아닌가.

인사에의 부당한 개입 또한 있어서는 안된다. 대통령을 빗대 내 사람을 쓰고 싶은 욕구를 채우려다 보면 결국 그 인사가 망사(亡事)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천거할 수는 있어도 주장하지 말아야 하며 특히 스스로 파벌을 형성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비서 업무를 대통령의 ‘심부름꾼’정도로 낮춰잡지 않고 권부(權府)의 핵으로 착각하는 행태의 대부분은 부당한 인사개입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한실장의 기용으로 여야 대화정치의 복원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지금까지의 청와대 독주체제에서 벗어나 공동여당과 내각 청와대의 조화 조율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사실 집권 2년을 맞도록 현 여권은 내부의 목소리조차 통일시키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상황이 그렇게 된 책임의 상당부분은 청와대 비서실에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한실장이 특히 유념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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