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醫保 문제 미룰 시간 없다

  • 입력 1999년 11월 12일 18시 29분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의료보험 통합 문제가 며칠전에는 이른바 ‘의보통합 반대서명 조작 의혹’으로 번졌다. 한국노총과 직장의료보험조합 등이 주도해 당초 내년 1월부터 시행키로 했던 직장의보의 재정 및 조직 통합 등을 6개월간 연기시키는데 결정적 근거가 됐던 반대서명 숫자가 엄청나게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의보통합을 주장해온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의 주장인데다 한국노총 직장의보조합 등이 반발하고 있어 아직 그 진상이 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 당장 발등의 불은 통합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반대서명의 ‘허수’를 밝혀내는 일도 아니다. 그들 문제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더 시급한 것은 현재 국회에서 발이 묶여 있는 ‘국민건강보험법’개정안이 어떻게 되느냐이다. 만의 하나 여야(與野)의 계속되는 정쟁(政爭)으로 법안 통과가 끝내 무산된다면 어떻게 될까. 답은 의료보험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2월 국민건강보험법을 제정했다. 새 법의 골자는 의료보험을 통합하면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에게 소득 단일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것. 다만 자영자 등 지역가입자의 경우 과세소득 파악률이 23%대인 현실을 감안해‘추정소득’을 근거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생겼다. 보건복지부측은‘추정소득’을 현행 재산+소득과 같은 의미로 유추했으나 법제처 해석으로는 과세소득 기준으로 좁게 봐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과세소득이 파악되지 않은 지역가입자에게는 보험료를 내게할 수단이 없어지고 의료보험은 중단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다급해진 정부 여당은 7월 부랴부랴 의원입법으로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야당은 법안 제출 절차를 문제삼아 개정안 처리를 반대했다. 9월21일 보건복지부는 정부입법으로 법개정안을 다시 국회에 내놨다.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지역가입자의 ‘추정소득’을 현행 ‘소득 및 재산’ 기준으로 되돌리는 것. 그러나 9월27일 문제의 ‘500만명 반대서명’과 의보통합 2년 연기 청원이 국회에 접수되면서 여야는 개정안 심의를 10월 중순 이후로 연기해버렸다. 그러나 그후 ‘언론장악 음모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여야는 등을 돌렸고, 그 바람에 의보 문제를 비롯한 수백건의 민생관련 법안이 지금껏 국회에 묶여 있다.

어제 열렸던 여야 총무회담은 또다시 결렬됐다. 한나라당은 다시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는 보도다.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민생이 결딴날지도 모른다. 연말까지 이제 불과 48일이 남았을 뿐이다. 여야 모두 더이상 뒤로 미룰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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