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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5일 19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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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의 탈세는 규모뿐만 아니라 해외현지법인 등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충격적이다. 그 반(反)기업윤리 반(反)국가성 반(反)사회성은 지탄받고 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또 조중훈회장이 2세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회사자금 1579억원을 빼내 계열사 주식취득자금으로 쓰면서 소득세 증여세를 탈세했다면 바로 이런 행태가 철저한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높여준다.
국세청의 이번 조사는 재벌총수의 범법을 정면에서 파헤쳤으며, 특히 과거엔 조사할 생각조차 못했던 국제거래과정의 탈세를 잡아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반복된 탈세행위를 이제서야 적발했다는 사실은 그간의 세정(稅政)이 얼마나 허점투성이였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일부 기업의 관행으로 알려진 국제거래상의 탈법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 외환거래자유화를 틈탄 불법적 국부(國富)유출도 철저히 막아야 한다.
재계는 보광그룹에 이어 한진그룹과 통일그룹에 대한 탈세조사가 강도높게 이뤄지자 ‘표적조사’가 계속되지 않을지, 기업활동과 시장분위기를 위축시키지 않을지 걱정하면서 반발하는 조짐도 보인다. 하지만 조세정의(正義)와 투명납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명백한 탈세범죄와 세금없는 부의 세습을 방치해선 안된다. 물론 세무조사가 대다수 기업들의 정상적 경영 및 시장을 위축시키는 역기능을 해서도 곤란하다. 특히 93년 김영삼(金泳三)정권때 1361억원을 추징했다가 법원에서 1200여억원이 무효화된 현대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처럼 정치적 의도가 깔린 조사는 없어야 한다. 세정의 정치적 악용은 권력남용이자 정권의 도덕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다. 정부는 조세정의 구현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도 편파적 보복적인 세무조사는 자계(自戒)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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