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통일대회]'남북혼합팀' 승부떠난 우정의 잔치

  • 입력 1999년 9월 29일 04시 28분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손을 맞췄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단 한번도 훈련을 같이 해본 적이 없지만 코트에 들어서자마자 척척 호흡이 맞았다.

말도 같았고 눈빛만으로 서로 마음을 읽는 듯했다.

평양의 농구팬은 질서정연한 응원으로 멋진 경기를 펼치는 남북 선수 모두에게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28일 평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통일농구경기대회.

남의 현대남녀농구단과 북의 벼락팀(남자), 회오리팀(여자)이 한데 섞여 혼합팀을 이뤄 같은 민족, 같은 동포로서의 정을 흠뻑 나눴다.

팀 이름은 ‘단결’과 ‘단합’.

91년 5월12일 평양 능라도의 5·1경기장에서 청소년축구 단일팀 구성을 위해 남북의 청소년 축구선수들이 경기를 가진 뒤 8년만에 열린 남북 체육팀의 역사적인 경기였다.

작전도 고함도 필요없었다. 서로가 같은 핏줄의 동포임을 확인하고 정을 나누는 승부를 초월한 화합의 무대였다.

남자 단결―단합의 경기.

전반을 65―64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단합팀이 후반들어 남북 3점슈터 조성원(현대)―김철남(벼락)의장거리포를 앞세워 129―104로 단결팀을 따돌렸다.

단결팀의 김명범(벼락)은 한손 덩크슛을 터뜨려 관중을 열광시켰다. 이상민(현대)도 덩크슛을 시도해 성심껏 팬서비스를 하려했으나 아쉽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한편 이보다 앞서 벌어진 여자부 경기에서는 단결팀이 133―127로 역전승을 거뒀다.

단결팀으로 출전한 ‘아시아 최고의 가드’ 전주원(현대)이 패스를 해주면 북한여자농구의 대표적 골잡이인 오선희가 3점슛을 꽂아넣었고 단합팀 홍은숙이 슛한 볼이 림을 맞고 튕겨나오면 장신의 강지숙(현대)이 골밑에서 받아넣었다.

29일에는 여자 현대―회오리(4시), 남자 현대―벼락(6시)의 경기가 열린다.

〈권순일·전 창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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