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법개혁 논의 이제부터다

  • 입력 1999년 9월 8일 19시 24분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내놓은 사법개혁 1차시안은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시안은 그동안 법조계 학계 등에서 꾸준히 논의해온 개혁과제를 총망라하고 있어 이대로만 된다면 금세 인권국가가 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구속기간 단축, 보호감호 청구요건 강화, 법률구조 및 국선변호 확대, 변호인 수사과정참여 보장 등 굵직굵직한 내용들이 모두 반영된다면 인권보호에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은 틀림없다. 따라서 큰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이번 시안은 4월말 사법개혁추진위가 발족한 뒤 겨우 넉달만에 마련된 것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다각적이고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나온 시안으로 보기 어렵다. 사안에 따라 위원들간에 견해가 다른 부분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시안 내용은 앞으로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를 선정했다는 정도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공론화과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각 과제를 검토하고 제도적 보완책 등을 논의할 순서다.

특히 시안에 포함된 재정신청대상 대폭 확대와 즉결심판제도 개선안은 검사의 전횡을 막기 위한 특별검사제 도입문제와 경찰이 꾀하고 있는 독자적 권한확대 문제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검찰 경찰의 새 위상과도 관계가 있는 만큼 예민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검경의 실무적 의견도 충분히 듣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는 유연한 자세가 바람직하다.

즉심제도 개선안은 현재 경찰서장이 갖고있는 즉심청구권 가운데 일부를 검사에게 넘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한 범칙금이나 과태료가 아닌 구류와 벌금형이 예상되는 형사처벌대상은 검사가 소추권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만을 제외하고는 경찰서장에게 우리처럼 폭넓은 즉심청구권을 부여한 나라가 거의 없고 연간 100만명이 넘는 즉심청구의 남발과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반면 경찰은 ‘신속한 사건처리’라는 제도 본래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어쨌든 즉심제도를 시안대로 바꾸려면 여러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가령 시군(市郡)단위까지 간이검찰청을 설치하고 부족한 검사인력을 대체할 부검사(副檢事)제도의 도입을 검토하는 것 등이다. 그래야만 간이재판으로서의 생명이 유지될 수 있다. 이밖에 변호인이 수사과정에서부터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은 제대로 지켜진다면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변호인 참여를 허용하지 않는 수사공무원은 엄격한 제재를 받도록 하는 장치를 둬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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