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읽기]MBC TV '마지막 전쟁'주인공 강남길

  • 입력 1999년 9월 5일 18시 45분


온달 콤플렉스+마초(Macho:남성다운 사람)콤플렉스.

7일 끝나는 MBC ‘마지막 전쟁’의 주인공 강남길(41)의 극중 캐릭터(김태경)는 이렇게 분석된다. 세파에 시달려 엄마나 부인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다가도 “그래도 남잔데!”라며 두 주먹 불끈 쥐는 남자. 그게 이 드라마 속의 강남길이다.

그런데 뭇 남성들이 이 강남길에 공감한다. 아내 앞에 기를 못펴는 꼴에 화가 벌컥 나기도 하지만 그 ‘푼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이 프로의 인기에는 이런 이유도 적지 않게 작용한다.

작가 박예랑의 말.

“강남길은 요즘 남성들이 지닌 여러 콤플렉스의 복합체다. 돈벌이와 ‘남성’에 자신있는 남자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상대역인 심혜진도 여성에게 흔히 있는 신데렐라 콤플렉스 등의 복합체다. ‘마지막 전쟁’은 페미니즘 드라마가 아니라 오늘을 힘겹게 사는 부부의 ‘자기 털어놓기’ 이야기다.”

강남길도 이에 동의한다. ‘남자 망신 다 시킨다’는 남성 팬들의 항의에 그는 “미안하지만 아내 앞에 솔직해지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드라마에서 부부 싸움할 때 실생활에서도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어 오히려 대리만족을느낀다”며환하게웃는다.

당초 강남길 심혜진 커플은 ‘부조화의 극치’라는 평을 들었다. 둘의 이미지가 너무도 달랐던 것. 그러나 연출진은 강남길 특유의 세탁소 아저씨같은 이미지에 주목했다. 김남원 PD는 “무능하지만 가장으로서 멍에를 짊어진 극중 캐릭터에 소시민의 모습을 지닌 그가 적합했다”고 말한다.

강남길은 9세 때 영화 ‘수학여행’으로 데뷔했다. 아역 스타 시절을 보내고 군제대 후인 81년 드라마 ‘사랑합시다’에서 성인 연기자로 나섰다. 그 뒤 18년이 넘는 연기 인생에서 그는 남한테 늘 당하면서도 결코 해코지하지 못하는 봉수(한 지붕 세 가족)나 달수(달수시리즈) 역을 해왔다.

“변신요, 글쎄요. 평생을 하나도 제대로 못할 것 같아요. 사람 냄새 풍기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강남길은 자기 관리에 철저한 생활인이다. 그 바쁜 와중에도 컴퓨터와 인터넷을 공부해 관련 책을 두 권이나 냈다.

‘항상 웃으면서 부지런히 자기관리를 하고 한 길만 가면 뜬다’는 평범한 사실을 강남길 같은 평범한 남자들은 새겨야 할 것 같다.

〈허 엽기자〉heo@donga.com

▼ 강남길 역 이렇게 본다

△박미라(계간‘if’편집장)〓이제 한국 남자들도 겉으로 강한체하지말고 아내, 혹은 여성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정채기씨(건국대 강사·남성학연구가)〓남편은 브레드위너(Breadwinner·빵벌이)의 역할에 스스로 멍에를 질 필요가 없다. 아내의 경제력이 가져 오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가정 경제의 부담을 아내에게 과감히 요구하라.

▼'마지막 전쟁'결말

극단으로 치닫던 둘은 법정으로 가 이혼 판결을 받는다. 그러나 이혼 수속은 끝내 밟지는 않는다. 그리고 심혜진은 강남길의 아이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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