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밀레니엄 베스트]최고의 공구「나사못」

  • 입력 1999년 7월 29일 19시 36분


톱 망치 못 끌 송곳 직각자 등은 모두 청동기와 철기시대 초기에 발명되었다. 현대에 쓰이고 있는 공구들 중에는 심지어 신석기시대에 처음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도 있다.

전통 공구를 제외한다면 현대인의 공구상자에서 고대인이나 중세인이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공구는 나사를 돌리는 드라이버밖에 없다.

고대인이나 중세인들도 나사의 기본 원칙은 알고 있었다. 사실 아르키메데스는 기원전 3세기에 이미 나사를 발명했다. 그러나 당시의 나사는 오늘날 쓰이고 있는 자그마한 나사못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고대의 나사는 커다란 나무 장치로서 물을 끌어올리는 데 이용되었다. 중세에는 인쇄기에 압력을 가하는 장치로서 나사가 쓰였고 악명 높은 고문도구인 엄지손가락을 죄는 틀에도 나사가 쓰였다.

나사못이 발명된 것은 16세기경이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크기가 작은 드라이버가 등장한 것은 1800년 이후였다. 그러나 나사못의 값이 매우 비쌌기 때문에 드라이버를 자주 쓸 일은 없었다. 당시 사람들은 나사못을 일일이 손으로 깎아서 만들었고 따라서 시계 같은 사치품에나 나사못을 쓰는 정도였다. 나사못이 대량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850년 이후부터였다.

값싼 나사못은 현대에 들어와서야 생산되기 시작했다. 나사못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밀성과 규격화가 필요하다. 나무가 시간이 흐르면서 건조되거나 팽창되면 튀어나오기 일쑤인 일반 못과 달리 나사못은 훨씬 오랫동안 제자리에 붙어 있으면서 두 개의 물건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낸다.

끝이 뾰족한 나사못은 서로 연결된 두 개의 물체를 꼭 죄어서 제자리에 붙들어두는 역할을 한다. 나사못을 단단하게 조일수록 연결된 물체 사이의 마찰력도 커진다. 강철로 지어진 현대의 건물에서는 고압 나사를 아주 단단하게 조여서 나사의 힘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강철 구조물 사이의 마찰력으로 이음새의 강도를 높인다.

물론 나사못은 가정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문의 경첩, 선반 수건걸이 등을 나사못으로 고정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집을 가보아도 부엌 서랍에서 드라이버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나사못의 귀족은 단연코 정밀 나사못이다. 정밀 나사못은 처음에는 사람 손으로 대충 만들어지다가 선반기가 등장한 후 기계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밀 나사못이 먼저 등장했는지, 선반기가 먼저 등장했는지는 쉽게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선반기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바로 나사못이었기 때문이다.

기계로 만든 나사못은 기술적 혁신을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나사못은 시계 현미경 망원경 육분의, 해상 경도 측정용 시계 등의 정밀 기계를 세심하게 조정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기계로 만든 나사못이 세계를 변화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사못이 없었다면 과학의 모든 분야가 지금같은 발전을 이룩하지 못했을 것이며 항해술도 여전히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또 18세기와 19세기에 바다를 통해 무역을 하고 바다에서 전쟁을 벌이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필자:위를드 라이브친스키〓프레데릭 로 옴스테드의 전기 ‘먼 곳의 개간지’(A Clearing in the Distance)의 저자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1/rybczynski.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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