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이현두/「경찰의 아킬레스건」신창원

  • 입력 1999년 7월 28일 19시 35분


28일 오전 10시 경찰청 회의실. 그동안 전국 경찰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던 신창원이 검거돼서인지 지방경찰청장들의 얼굴에는 희색이 만연했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는 회의가 시작되며 곧바로 반전됐다.

신창원 검거에 대한 일선 경찰의 노고를 치하할 것으로 예상했던 경찰청장의 훈시가 예상과는 정반대로 흐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창원을 경찰이 검거해 다행스럽다”고 말문을 연 김광식(金光植)경찰청장은 이후 신창원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치부를 조목조목 지적하기 시작했다.

김청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기본적인 자질과 윤리의식이 결여된 일부 직원들은 앞으로 조직을 위해 과감히 배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청장은 이어 “신창원을 잡기 위해 연인원 97만명이 동원돼 하루 평균 5만3000여건의 탐문 수색활동을 폈지만 신은 그 시간에도 전국을 제 집 드나들듯 활동하며 범죄행각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김청장은 또 “여러차례 신창원의 소재를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명심에 치우친 독단적인 수사로 신의 검거에 실패한 사례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여분간 계속된 김청장의 훈시가 이처럼 신창원의 수사를 통해 드러난 경찰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것으로 일관하자 지방청장들의 얼굴은 뻘겋게 달아올랐다.

회의가 끝난 뒤 한 지방경찰청장은 “문제는 앞으로 이같은 치부를 어떻게 개선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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