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인터뷰]「경실련 사태」말문 연 이형모 집행위장

  • 입력 1999년 7월 26일 19시 20분


“시민운동은 분권과 자치를 중심원리로 해야 합니다. 따라서 중앙집권적이고 관료화된 현재 경실련에 대한 대수술은 불가피합니다.”

경실련의 조직개혁을 통한 재창립을 촉구하며 사퇴서를 제출한 이형모(李亨模)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10일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대표적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서 오히려 유종성(柳鍾星)사무총장의 문서대필, 상근자들의 분열과 징계, 지역 경실련의 독립 움직임 등으로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경실련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상임집행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온 만큼 이위원장은 ‘경실련사태’에 대해 고심어린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처음엔 사무총장 개인의 자질 문제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토론을 계속해보니 경실련이 여러 문제점에 봉착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창립 초기에 인력과 돈 등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니 시민의 참여없이 전문가와 명망가 중심의 운동으로 변질돼버렸다는 것. 이같은 관성 때문에 경실련 내부에는 관료주의와 의사결정의 비민주성 같은 폐해가 독버섯처럼 자라났다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경실련 산하에는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10여개 부문 운동조직과 30여개 지역경실련이 있습니다. 이들 산하 조직은 바로 독자적인 시민단체입니다. 집행부가 ‘배구경기에서의 세터처럼’ 모든 사업을 결정해 배분하는 기존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경실련이 서둘러 새 옷을 갈아 입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경실련의 재창립을 위해서는 유총장이 용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질이 부족해서 물러나라는 게 아닙니다. 경실련 내부에서 가동중인 조직개혁특위 등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유총장을 포함, 집행부가 총사퇴한 뒤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경실련이 거듭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겁니다.”

이위원장은 현재 자신을 포함, 집행부 9명 중 6명과 상집위원 63명 중 30여명이 사퇴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개혁운동은 경실련 개혁을 위한 경실련인사들의 고뇌어린 결단끝에나온것일 뿐정치권의 이전투구와는 다르다”며 “뜻을 같이하는 모든 인사들과 함께 경실련의 민주적 개혁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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