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대륙 中혁명 물결]경제 자신감 바탕 애국주의 고조

입력 1999-07-18 19:45수정 2009-09-2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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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 21년째. 중국은 혁명적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 전통적 중화(中華)사상에 새로운 애국주의가 접목됐다. ‘한 자녀 낳기’ 시대에 태어난 젊은층을 중심으로 개인주의가 움트고 서구화의 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주의적 평등주의가 엷어지고 적자생존의 시장논리가 파고들면서 빈부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12억 대륙’ 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들은 21세기를 어떻게 기획하고 있는가. 1999년 중국의 변화현장을 5회 시리즈로 점검한다.〈편집자〉》

5월13일 밤. 중국 선전의 ‘세계의 창’ 노천광장에서는 대규모 행사가 벌어졌다. 주저친(朱哲琴) 장밍민(張明敏)등 범중화권 연예인 1000여명이 동원됐다.

홍콩 봉황TV가 위성으로 생중계하는 가운데 사회자가 외쳤다.

“중궈런진톈숴부(中國人今天說不·중국인은 오늘 No라고 말한다)”

이어 1000여명의 합창곡이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이날 처음 선보인 ‘중국인은 오늘 No라고 말한다’는 노래였다. 관중들도 “No, No, No”하며 따라불렀다. 유고주재 중국대사관이 오폭 당한지 6일후였다.

그 무렵 중국관영 CCTV도 “중국은 분노한다”고 연일 외쳤다. 간간이 중국 국가 ‘의용군행진곡’이 배경음악으로 깔렸다. “중국은 가장 위험한 시기를 맞았네… 일어서라,일어서라….”

중국에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중화공상연합출판사)이라는 책이 나온 것은 95년이었다. 필자는 장창창(張藏藏) 숭창(崇强) 등 젊은이들. 이 책에서 장은 이렇게 썼다.

“미국은 대외관계에서 늘 제멋대로이고 무책임하며 으름장을 잘 놓는다. 냉전사고를 버리지 않고 최근 중국에 대해 봉쇄정책을 취해왔다. 중국을 소련과 같은 확장주의자, 사악한 제국으로 보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된 이 책은 ‘중국의 새로운 민족주의 선언’으로 평가됐다. 이 책은 중국에서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을 비판하는 책들이 잇따라 쏟아져 나왔다. 중국의 애국주의는 그렇게 달아올랐다.

다민족국가 중국에서는 ‘민족주의’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민족’ 대신에 ‘중화’, ‘민족주의’ 대신에 ‘애국주의’라고 말한다.

90년대 들어 ‘마오쩌둥(毛澤東)열기’가 식었다. 96년 중국당사(黨史)출판사가 펴낸 ‘문화대혁명 약사’마저 “마오가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지도부는 고민에 빠졌다.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97년2월 사망)의 건강이 나빠지자 지도부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바로 그 공백을 메운 것이 ‘애국주의’였다고 사회과학원의 한 교수는 설명했다.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사상이 퇴조하면서 당국이 정책적으로 애국주의를 고양시켰다는 얘기다.

개혁개방을 통해 이룩한 경제적 성공도 중국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중국은 지난 20년 사이에 국내총생산(GDP)이 22배, 1인당 국민소득이 15배로 늘어났다.

올해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은 중국은 애국주의를 고양시키려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6월부터 사회과학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화하(華夏)문명유대프로젝트’다. 첸치천(錢其琛)부총리는 이를 소개하면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당이 이념보다는 애국주의,즉 민족주의를통해 사회통합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변화”라고 말했다.

7월1일부터 톈안(天安)문광장의 역사혁명 박물관에서 혁명열사 사적전시회를 연 것도 애국주의 고취를 위한 프로그램의 하나다.전시관에는 관람자들이 방문소감을 남기는 노트가 비치돼 있다. 장밍(張明)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썼다.

“중국인은 어느 민족보다 강하다. 중국은 영원히 전진할 것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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