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뛴다]마포 「더맛존 바베큐치킨」장재경씨

  • 입력 1999년 7월 11일 18시 01분


아직 사위가 어스름한 새벽 4시.

장재경(張在卿·52·여)씨는 하루 일을 마치고 가게 문을 닫는다. 낮과 밤이 뒤바뀐 지 어느덧 석달 째.다들 곤한 잠을 자고 있을 시간에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이 지금도 그렇게 익숙치는 않다.

“그래도 생각보다 어렵진 않네요. 무엇보다 제가 일한 뒤로 우리 가족들 표정이 많이 밝아졌어요”

서울 마포에서 ‘더맛존 바베큐 치킨’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장씨에게 창업은 생각해본 일도 없었다.

대그룹 부장과 중소기업 이사를 거쳐 섬유회사를 경영하는 남편에다 착실하게 자란 두 남매. 남부러울게 없는 중산층 주부로 살아왔던 장씨의 일상은 그러나 남편의 사업이 부진해지면서 흔들렸다.

집까지 담보로 잡혀 운영자금을 만들어가는 나날이 이어지면서 집안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진 걸 눈치챈 아들은 자청해서 군에 입대했고 딸은 “제 용돈이라도 스스로 벌겠다”며 아르바이트를 찾아 나섰다.장씨도 힘들어하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결혼 전 영어교사를 해 본 뒤로 가정에 들어와 24년간을 지냈던 장씨에게 가정 밖으로 나간다는 건 너무 막막하게만 보였다.

영업 일을 해보기도 했지만 도저히 생리에 맞지 않아 곧 그만뒀다.

“이왕 일을 해야 한다면 제대로 하자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죠”

그래서 창업을 결심했다. 지금의 더맛존 치킨(02―336―7888)은 아는 사람이 추천해준 것이다.

닭고기에 한방 재료 25가지를 넣어 맛이 담백하고 쫄깃쫄깃해서 양념치킨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좋아한다는 게 본사의 선전.

장씨는 그러나 신중하게 이것저것 따져봤다. 여러번 시식해보면서 맛을 비교해보고 난 뒤에야 속으로 OK 사인을 내렸다. 여의도 대방동 신촌 노량진 등으로 매장을 돌아다니며 현장 조사를 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일이 잘 풀리느라고 그랬는지 지금 가게 자리를 남편이 찾아냈다. 권리금 없이 보증금 2천만원에 달마다 80만원씩 내는 좋은 조건. 그밖에 다른 비용을 포함해 창업비용으로 총 5500만원 가량 들었다.

장씨는 처음 해보는 장사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힘들 일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음식 재료는 본사가 공급해주고 다른 식자재도 공급업체가 있어 직접 장을 볼 필요가 없다. 아르바이트생 3명도 잘 따라주고 있다.

한달 순수입은 600만원 가량. 주변 다른 치킨 집에 비해 다소 나은 편이다. 맛이 색다르다고 알려져서인지 제법 멀리서도 찾아오는 샐러리맨들이 많은 덕분이다.

장씨는 착한 딸애가 아무 집안 걱정 없이 편히 공부만 할 수 있는 날을 위해 오늘 새벽에도 피곤을 떨치고 집으로 향한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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