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밀레니엄베스트]히틀러의 스탈린 배신

  • 입력 1999년 5월 14일 08시 33분


1920년대와 30년대에 유럽에서 형성된 전체주의의 구름은 전세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1941년 무렵,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가 독재자의 통치하에 있었으며 자유를 되찾을 수 있는 희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나치독일과 제국주의 일본, 공산주의 소련이 무시무시한 동맹을 맺었다. 한데 합쳐진 이들의 군사력은 엄청났다.

독재자들은 자신들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전쟁을 시작했다. 그들은 유라시아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었고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독일의 첩보원들이 이곳 국가들을 미국에 적대적인 세력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영국은 포위당했다. 그러나 미국은 전쟁에 끌려들어가는 것을 거절했다.

사실 미국이 영국과 동맹을 맺는다고 해도 롬멜이나 구데리안 같은 천재적인 장군들이 이끄는 스탈린, 히틀러, 히로히토의 군대와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인류 역사상 운명적인 순간이었다.

그런데 1941년 초여름 히틀러가 스탈린을 배신하고 소련에 쳐들어갔다. 소련은 태도를 바꿔 영국과 동맹을 맺지 않을수 없었다. 나중에는 미국도 이 동맹에 참가했다.

히틀러가 어째서 소련을 공격했을까. 그것은 유럽의 슬라브계지역을 정복하는 것이 처음부터 그의 민족차별적인 계획의 일부였기 때문이었다.

히틀러는 처음 소련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1939년에서 1940년에 걸친 동부유럽 공격에서 전술적 이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전술적 이점이 필요하지 않았다. 게다가 히틀러는 소련의 힘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 독일 장군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그냥 문을 발로 차기만 하면 돼. 그러면 그 썩어빠진 나라는 우르르 무너져 버릴거야.”

그러나 실제로 무너져 내린 것은 추축국의 힘이었다. 소련이 연합국의 편이 되자 양측의 군사력은 대등해졌다. 덕분에 민주주의가 다시 기를 펼 수 있는 기회를 간신히 잡았고 인류는 전세계적인 암흑시대를 눈 앞에 두고 극적으로 탈출했다.

▽필자〓데이비드 프롬킨:간단한 세계 역사책인 ‘세상의 이치(The WayOfThe World)’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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