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다이제스트]「푸른 그네」

  • 입력 1999년 4월 30일 19시 45분


★「푸른 그네」김지수 지음 문이당 311쪽 8,000원★

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부문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의 세번째 중단편 모음 소설집.

쉰한살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나 삶의 꼬인 매듭을 풀어나가는 해법은 젊은이들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세상일이 칼로 무 자르듯 가해자와 피해자, 흑과 백이 분명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는 인식부터가 그렇다.

중년의 자원봉사자 정인. 자신을 버리고 재가한 어머니를 양로원에 방치해둔 죄의식 때문에 치매환자를 돌보지만 이혼녀인 딸만은 정인의 속내를 알아챈다.(푸른 그네)

이혼한 남편의 어머니를 양로원 앞에 버리고서도 차마 그대로 돌아서지 못하는 여자는 또 어떤가.(네 눈물이 마르는 곳)

그러나 작가가 창조해낸 주인공들은 얽힌 실타래같은 세상사에 체념하거나 주저앉지 않는다. 내 상처를 통해 남의 아픔을 끌어안는다는 점에서 운명의 승리자가 된다.

남편의 매질을 피해 친정으로 도망온 여자가 탈북자 남자의 외로움을 감싸주는 ‘무거운 생’은 그런 포용이 사회적 수준의 높이로 고양된 작품이다. 북의 헐벗음이 남에라고 없으랴, 통일이란 그 상처들을 함께 쓸어주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작가는 “아직도 내게 세상은 거대한 혼돈과 부조리의 덩어리이다. 그럼에도 나는 생이 사랑스럽다”고 말한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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