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배인준/孫正義 갑부신화

  • 입력 1999년 4월 19일 19시 19분


폴 게티(1892∼1976). 죽을 당시 세계 제일의 부자였던 미국 석유왕. 백만장자 아버지의 도움도 있었지만 천부적 사업재능으로 20억∼40억달러 재산의 억만장자가 된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세상의 돈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줬다고 치자. 30분 뒤에는 다시 이전처럼 갑부도 나오고 거지도, 빚도망자도 생길 것이다.”

▽게티는 자산가의 능력과 노력을 평가하기 보다는 질시 비판하는데 열을 올리는 사람들을 비꼬려고 그런 말을 했다. 하지만 그 게티조차 빌 게이츠나 손정의(孫正義·42)소프트뱅크회장의 재산 증식 속도를 지켜본다면 “나도 졌어”라며 손을 들지 않았을까.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재일교포 3세인 손회장은 마침내 일본 최고 부자가 됐다. 작년 7월 22억달러였던 그의 재산이 지금은 소프트뱅크 주식 보유분만도 60억달러(약7조원)에 이른다는 보도다.

▽소프트뱅크 자회사 야후저팬의 주가는 지난 8,9일 이틀새 주당 2천8백만엔(약2억8천만원)이 치솟는 경이적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그 주가는 액면가 5만엔의 1천2백배인 6천만엔(약6억원)에 이르렀다. 물론 거품이 꺼지면서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 증시에서 횡행하는 주가조작이나 내부자거래와는 거리가 멀다.

▽세계 벤처기업가의 신화가 돼버린 손회장의 성공비밀은 81년 24세의 나이에 아르바이트생 2명만을 데리고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것에 잘 집약돼 있다. 워드프로세서조차 제대로 보급돼 있지않던 시대에 컴퓨터 소프트를 유통시키겠다고 나선, 미래비즈니스의 흐름을 간파한 혜안이 첫 열쇠였다. 그리고 단념을 모르는 추진력이 뒷받침됐다. 재테크 한 탕으로 일확천금하겠다는 허황된 꿈과는 다르다.

〈배인준 논설위원〉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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