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車 배출가스 검사기술 사업화 엄명철씨

  • 입력 1999년 3월 14일 18시 37분


“신기술복덕방을 통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UMCO의 대표 엄명철씨(53). 설립 1년도 안되고 직원이라야 10명에 불과한 회사지만 재벌이 부럽지 않다. 지난해초만 해도 사장은 커녕 한 몸 의지할 회사조차 찾지못해 이리저리 헤매던 신세였기 때문.

엄사장이 실직자가 된 것은 지난해 1월. 무엇을 할까 고민하며 인터넷을 검색해던 그에게 ‘신기술 복덕방’이 눈에 띄었다. “어떤 게 있나”하고 이것 저것 훑어보다 자동차 배출가스 검사기술에 눈길이 멈췄다.

“한번 해볼만한데…”

엄씨는 그 길로 신기술복덕방을 운영하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을 찾아갔다. 창업 과정과 지원 내용을 상세히 알아본 뒤 동업자 물색에 나섰다. 창업세미나에서 만난 같은 처지의 두 사람이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한 명은 자동차 관련분야 생산직에 근무하던 사람이었고 또 다른 사람은 검사기계 유통을 전문으로 해온 사람이었다. 비록 실직자들이었지만 팀은 ‘제대로’ 꾸려진 셈이었다.

의기투합한 세 사람은 지난해 3월부터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마침내 6월 회사 설립신고를 하고 생기원측이 마련해준 15평 짜리 사무실에 둥지를 틀었다. 전기료같은 실비를 제외하고는 무료로 사무실을 제공받아 부담이 없었다.

이와 함께 생기원의 도움을 받아 빌린 자금으로 기계 5대를 구입, 인천 남동공단에 조그마한 공장도 마련했다. 이어 알음알음으로 실직자들을 모아 공장 직원으로 고용했다. “모두 비슷한 처지에 있던 사람들이라 한 번 해보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고 엄사장은 말한다.

UMCO는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해 지난해말까지 1억원이 조금 넘는 매출을 올렸다. 엄사장은 “아직은 수익성을 따지기 힘든 미미한 수준이지만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영업실적이 차츰 좋아지고 있어 올해 매출 목표는 5억원 가량.

엄사장은 “사업을 시작했으니 최대한 수익을 내도록 애쓰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우선은 쉬지 않고 일을 한다는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한다.

“신기술복덕방을 몰랐더라면 지금도 무슨 일을 할 지 헤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신기술복덕방이란?★

신기술복덕방은 총리실 산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기술정보를 축적하고 중개하기 위해 97년 6월 설립한 기관.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사무실이 있다. 당초 목적은 대학 연구소 개인발명가들이 개발한 신기술을 공개해 투자가들과 연결시켜 사업화하자는 것. 그러던 것이 지난해 대규모 실업과 맞물려 기술창업을 원하는 실직자들이 대거 몰리기 시작했다.

신기술복덕방의 이승환부장은 “작년 한 해동안 기술이전 상담을 받은 사람은 6백여명”이라고 밝혔다.이중 자신이 직접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투자자와의 연결을 희망한 사람은 3백명 가량.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우선 할 일은 인터넷에 개설된 신기술복덕방 홈페이지(http://ctc.kitech.re.kr)에서 기술을 검색해보는 것. 구로동 사무실(02―861―1781)로 직접 찾아가서 비치된 책자를 이용할 수도 있다. 현재 복덕방에 등록돼있는 기술은 의료 생명공학 전기 전자 등 10개 분야에 걸쳐 5천3백여건.

이부장은 “기술에 따라 제공자에게 일정액을 지급해야 하는 기술도 있고 무료로 제공되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설명회를 통해 투자자와 연결되거나 개인 자금을 동원해 창업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면 신기술복덕방측이 마련해둔 공간을 사무실로 제공받을 수 있다. 물론 사업성을 엄격히 따진다. 현재 구로동에는 20개 업체 가량이 추가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남았다. 천안 생기원쪽에도 40여개 업체가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다.

이부장은 “이곳에서 어느 정도 발판을 다진 업체는 다음 사람을 위해 내보내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