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재소자「러브 호텔」

  • 입력 1999년 3월 7일 20시 42분


영화나 TV에서 보는 교도소는 언제나 음침하고 살벌하다. 교도관은 대부분 냉혹한 감시자로 묘사되고 재소자는 교도관으로부터 인간이하의 모욕을 당하는 피해자로 등장한다.

세계 각국은 교도소의 이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유엔 등 국제기구도 재소자의 인권과 처우개선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감시활동을 강화하는 추세다.

▽행형의 목적은 수형자를 건전한 시민으로 사회에 복귀토록 하는데 있다. 재소자의 사회교류를 완전 차단한다면 그는 사회 복귀 능력 그 자체를 상실하고 만다.

그렇게 되면 행형의 의미가 없어진다. 수형자에 대한 사회적응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도 이때문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좋은 수형자보다는 좋은 시민이 되도록 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법무부가 5월부터 안양 대전 대구 광주 등 4개 교도소에 시범 운영하기로 한 ‘부부 만남의 집’은 재소자의 사회화와 계도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교도소 내에 별도로 단독주택을 지어 ‘부부 만남의 집’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재소자를 위한 ‘러브호텔’이나 마찬가지다.해당 재소자는 오랜만에 느끼는 부부애로 삶의 의욕을 되찾을 것이다.

▽미국 미시시피주는 오래 전 부터 교도소 안에 ‘빨간집’이라는 부부 접견실을 운영하고 있다.

거기에는 응접실 침실 부엌 세면장까지 구비했다. ‘부부 만남의 집’도 그런 시설을 두어 재소자가 가정과 같은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게 할 것이라고 한다. 더구나 5년 이상 형을 받은, 그것도 신혼 초 수감되어 자식 가질 기회가 없었던 장기수들이 우선 대상자라고 한다. 해당되는 재소자의 마음은 지금 얼마나 설렐까.

〈남찬순 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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