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육정수/「원조교제」아버지들

  • 입력 1999년 2월 28일 19시 56분


10대 여학생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물건중 하나가 휴대전화라고 한다. 휴대전화가 있으면 부모의 간섭없이 친구들과 마음 놓고 재잘댈 수 있다. 부모에게 비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장점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한테서 받는 쥐꼬리만한 용돈만으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일본에서 ‘원조교제’가 처음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었다고 한다. 갖고싶은 것을 가질 수만 있다면 어른과의 성관계쯤은 대수롭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여고생 브랜드’라는 신조어가 활개를 친다. 여고생들이 좋아하는 휴대전화나 의류 화장품 등을 유행시키는 판매전략인 셈이다. 매상고만 올리면 되지 여고생들의 탈선 따위는 알 바 아니라는 장삿속인 것이다. 원조교제를 경험한 10대들은 이런 브랜드의식이 일반학생에 비해 1.5배나 높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누구보다 좋은 상품을 갖고싶은 강박적 구매욕구를 갖고있다는 지적이다.

▽한일간에는 유행의 시차가 있다. 경제수준 차이만큼은 아니더라도 유행시기는 대개 일정한 간격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문제로 등장한 원조교제는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 사례에 속한다. 원조교제는 10여년전 일본에서 먼저 생겨나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독버섯처럼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특히 원조교제중인 여성의 32.4%가 여중생이라는 검찰 조사결과는 놀랍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생관광’ 하면 우리는 일본남성을 떠올렸다. 그 밑바탕에는 우리나라 남성은 그래도 낫다는 도덕적 우월의식이 깔려 있었다. 이제 여중생까지 원조교제 파트너로 삼는 한국남성들이다. 그런 변태적 욕구로는 일본에 도덕윤리를 말할 수 없다. 일부 두 얼굴의 아버지들 때문에 많은 아버지들이 가정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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