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이민형 『팀이 어렵다고 주저않을수야』

  • 입력 1999년 2월 11일 19시 26분


오전 8시. 34세의 나이때문인가. 잠에서 깨도 몸이 개운치 않다.

10일 나래블루버드와의 경기가 끝난 뒤 늦은 저녁을 먹고 원주를 출발한 것이 밤 10시반. 서울 대방동의 숙소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이튿날 오전 3시가 다 돼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후배들을 앞장세워 숙소건물 지하식당 ‘나주분식’으로 내려간다. 된장국에 생선구이와 김치. 운동선수들에겐 턱없이 부족하지만 음식타박을 할 형편이 아니다.

오후 5시부터 숙소근처 구로중학교에서 훈련. 아직 정규리그 14게임이 남았다. 10개팀 중 9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은 이미 물건너 갔지만 그래도 경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땀흘리다 보면 걱정도 고민도 저만치 물러간다.

프로농구 나산플라망스의 이민형. 그는 프로농구 선수 중 김유택(36·기아엔터프라이즈) 다음으로 고참이다. 나래블루버드의 허재와는 동갑내기.

모기업인 나산그룹이 부도나면서 팀도 어려워졌다. 구단으로부터의 지원이 모두 끊겨 이번 대회에도 한국농구연맹(KBL)의 지원금을 받고 겨우 출전하는 신세.

“어차피 다른 팀이 낸 지원금으로 나왔는데 이길 필요가 없잖아.” 이민형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다. 구단은 망가졌지만 선수들은 결코 눈치꾸러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아. 나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팀전체를 위해서라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어”라고.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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