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출금리 「요지부동」…예대마진 줄일수 없나?

입력 1999-01-13 19:18수정 2009-09-2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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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금리 하락속도는 토끼 뜀, 대출금리 하락속도는 거북 걸음.’

정부가 앞장서서 금리를 내리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는데 개인이나 기업들이 대출받을 때 느끼는 체감금리는 왜 요지부동일까.

국고채 금리는 5%대까지 떨어졌고 정기예금금리도 7∼8%대까지 내려왔지만 개인대출금리는 12∼15%의 고공비행을 계속 하고 있다. 자칫 연체라도 했다가는 당장 20%가 넘는 고금리를 물어야 하는 실정이다.

▽은행측의 주장〓은행측이 대출금리를 낮추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돌려받지 못한 대출로 인해 은행이 입은 손실을 벌충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높은 예대마진이 불가피하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부터 생긴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액으로 생긴 수익은 부실채권을 떨어내는 비용(대손충당금 등)으로 주로 사용됐다. 두번째 이유는 98년 초 고금리를 약속한 예금이 아직 상환되지 않아 여기에 지출되는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아직 대출금리를 낮추기가 어렵다는 것.

▽소비자측의 반론〓부실대출과 고금리예금의 책임이 어째서 소비자들에게 있느냐는 반론이다. 은행들이 대출 때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심사를 잘못해서 빚을 떼인 뒤 그 처리비용을 다른 고객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고객들을 고금리로 유인한 것도 은행이 한 짓인데 그 책임을 고객에게 전담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은행측이 예대마진 이야기를 할 때마다 들먹이는 선진국의 높은 예대마진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LG경제연구소 강호병(姜鎬竝)책임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자체 생산성혁신과 비용절감 노력으로 저수익 자금조달이 가능했기 때문에 예대마진이 한국보다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은행들은 조달코스트를 낮추기보다는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편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급한 신용위험관리 선진화〓대출금리가 낮다는 미국에서도 처음 은행대출을 받는 사람은 연 20%가 넘는 고금리를 물어야 한다. 반면 다년간 거래를 통해 신용이 확인된 사람은 한자릿수 금리로 대출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의 대출심사는 사실상 대출이 가능한지, 그렇지 못한지를 판단할 뿐 고객의 신용에 따른 금리차별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김병연(金炳淵)연구위원은 “평균적인 대출금리 수준을 낮추는 것보다 신용도에 따라 금리차등을 폭넓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등 정책당국도 막무가내로 대출금리를 낮추라고 팔을 비틀기에 앞서 은행들이 신용정보를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주는 것이 시급하다.

〈이강운·이용재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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