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형의 세상보기]「종말론」웃기시네

  • 입력 1999년 1월 10일 19시 33분


세계 종말은 오는가?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 사주 궁합 관상을 보는 사람이 꽤 많다. 한 여론조사에서 ‘지난 1년간 복채를 내고 점 사주 등을 보았는지’를 물었더니 18%가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역술가의 예언이나 운세풀이를 얼마나 믿는가’를 물었더니 38%가 믿는다고 했다.

새해 벽두에 프랑스의 예언가였던 노스트라다무스가 심심찮게 대중매체에 등장하고 있다. 의사였던 그는 16세기에 이미 20세기 히틀러의 등장, 2차대전발발, 공산주의 등장과 멸망 등을 예언했다는 것이다. 그의 예언은 1999년 ‘일곱번째 달’에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와 세상이 멸망한다고 돼 있다.

그의 종말론에는 서양적 세계관이 깔려 있다. 세상에는 ‘태초와 종말’이 있고 인간은 신이 내리는 ‘포상과 징벌’을 피할 수 없다는 세계관이다. ‘세상이 끝나는’ 종말론적 세계관은 우리의 전통적 세계관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과 미국의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자. 국내 조사는 공보처가 96년에, 미국 조사는 94년 해리스조사기관이 조사한 것이다.

한국인 중 ‘세상이나 우주를 움직이는 초월적 존재나 힘이 있다’고 믿는 비율은 59%인데 반해 미국인 중 ‘신(God)을 믿는다’는 비율은 95%에 이르렀다. 또 사후세계(미국은 영혼)가 있다고 믿는 비율은 한국 55%, 미국 84%. 한국인이 초월적 신의 존재나 사후세계를 덜 믿는다. 그래서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도 우리에게는 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노규형<리서치앤리서치·R&R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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