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성호/대학입시 정착되려면…

  • 입력 1998년 12월 29일 19시 30분


99학년도 대학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각 대학이 특차모집을 끝냈고 정시모집을 위한 원서접수가 진행중이다. 그런데 이번 대학입시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는 물론 진학지도 교사, 학생선발을 주관하는 대학당국 등 입시에 관계된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러 가지 불만 가운데서도 특히 세가지가 대표적이다.

첫째는 입시제도가 너무 복잡해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느 대학에 어떻게 지원해야 정말 ‘손해 안보고’잘 가는 것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전형절차 단순화해야 ▼

사실 이번 입시제도는 그전에 비해 복잡해진게 사실이다. 수시모집 특차모집 정시모집 등 모집 유형에서부터 모집시기 지원자격 지원방법 전형방법 선발기준 전형 요소별 반영 비율 학교생활 기록부 반영 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이 모두 매우 복잡하게 되어 있다.

대학별로 서로 다른 것은 물론이고 같은 대학 안에서도 모집단위에 따라 서로 크게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옛날엔 그저 두세쪽에 지나지 않던 모집요강이 지금은 50여쪽이 넘는 책자로 되어 있을 정도니 혼란스럽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둘째는 수능시험이 너무 쉽게 출제돼 고득점자를 양산함으로써 변별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특차시험에서 3백80점이상 고득점자 2천9백명이 탈락했다고 한다.

셋째는 그러다 보니 결국엔 수험생의 합격 불합격을 결정짓는 요소가 내신 자기소개서 교장추천서 논술 면접 등과 같은 수능 이외 요소의 비중이 높아졌는데 이것들을 정말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수능성적으로는 몇점이나 훨씬 높았는데도 어째서 우리 자녀가 떨어졌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학부모도 많다. 특히 그러한 의심은 면접에 대하여 더욱 강하게 일고 있다.

물론 위에 적은 불만이나 문제제기가 전부 옳은 것은 아니다. 수능시험에 관한 문제제기처럼 현행 대학입시제도의 참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서 비롯된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지적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은 가치있는 문제제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현행 입시제도를 발전적으로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그러한 문제제기를 교육정책 당국이나 대학들이 좀더 숙고해 다음과 같은 몇가지 개선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첫째, 각 대학은 우선 입학전형에 관한 모든 것을 결정함에 있어 자기대학에서 공부할 적합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주길 바란다. 그저 무조건 다른 대학과는 달리, 무엇인가 특성있는 전형방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지나치게 ‘기교’를 부리지 않았는지 따져보면 좋겠다. 어린 청소년들처럼 ‘튀어보려는’ 성숙되지 못한 발상이 대학 입학전형에서 나타나서는 안된다.

둘째, 대학은 자기들 스스로 만든 그런 복잡한 전형절차를 정말 엄정하게 실시하였는가도 입시가 끝난 뒤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복잡성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단순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전형자료는 누가 따지든 자신있게 공개해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공정하고 엄격하게 입학전형을 실시해야 한다. 절차만 까다롭게 만들어 놓고 실제로는 주먹구구식으로 시행함으로써 우수한 지원자들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셋째, 논술 면접 자기소개서 교장추천서 등을 점수화해 전형자료로 활용할 때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을 심도있게 마련해야 한다. 특히 논술과 면접은 무엇을 측정하려 하는가를 따져 문제도 그에 부합되도록 출제하고 시행도 걸맞게 해야 한다. 그저 어려운 문제를 낸다고 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 논술-면접 신뢰 높일때 ▼

넷째, 현행 입시제도는 대학 교수들이나 고교 교사들에게 여러가지로 큰 부담을 주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꼭 이렇게 겨울철이 되면 두세달씩 집중하여 난리법석을 떨어야 하는가. 방법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끝으로 정부와 대학은 교육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입시제도를 수시로 바꾸면서 학생들은 실험대상으로 내몰거나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특히 학생선발의 자율권을 되찾은 대학들은 자칫 그것을 다시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자율을 책임있게 향유하여야 할 것이다.

이성호(연세대 교육과학대학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