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매맞는 선생님

  • 입력 1998년 12월 15일 19시 09분


교직생활이 참으로 힘든 시대다. 요즘 학교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교사는 동네북이나 다름없다. 교권을 지키기가 이렇게 힘든 것인가. 얼마 전 여중생이 수업시간에 여교사를 폭행해 충격을 주더니 이번에는 초등학교 1학년생 아버지가 아들의 담임 여교사를 때려 말썽이다. 아버지는 교사를 손찌검한 이유가 아들을 차별대우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다. 이유없는 무덤 없다더니 바로 그 격이다.

▼직접 당사자인 교사와 학부모는 ‘화해’를 한 모양이다. 며칠 뒤 학부모가 교사를 찾아가 사과하고 교사는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여기에서 끝날 것 같지 않다. 그럴 성질도 아니라고 본다. 학교운영위원회가 대책을 논의하고 있고 교육청은 진상조사중이다. 그들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알 수 없으나 교육적 견지와 교권수호 차원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교육현장이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서는 양비론(兩非論)을 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일부 교사들의 자질과 사명감이 문제다. 촌지와 학생에 대한 대우를 연계시키는 악습이 존재하는 한 교직의 신뢰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의 학교 분위기는 교사들 스스로 심은 측면도 있는 셈이다. 학부모들 역시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자기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와 교사의 관심을 독점하려는 과욕에서 탈피해야 한다.

▼일련의 사건은 쉬쉬할 문제가 아니다. 드러내놓고 심도있게 논의해야 할 성질이다. 어느 면에서 전체 교사와 학부모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학교가 사회에서 동떨어진 무슨 성역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스레 절감하게 한다. 폭력의존 풍조는 사회와 학교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는 병리현상이다. 그래서 더욱 난치병이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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