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화제]日 올해의 漢字 「毒」

  • 입력 1998년 12월 13일 20시 02분


‘독(毒)에 찔린 일본.’

올해 일본의 사회상을 압축한 한자(漢字)로 ‘독(毒)’이 선정됐다.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가 1만3천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12일 발표한 ‘올해 일본을 특징지을 수 있는 한자’에서 ‘독’이 1위를 차지했다.

올 7월 간사이(關西)지방 와카야마(和歌山)현의 마을축제에서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카레라이스 독극물 투입 사건과 ‘환경호르몬’ 및 다이옥신에 의한 환경오염, 방위청과 대장성 관료들의 독직사건 등 “독에 오염된 것 같은 사회부패”가 ‘독’을 선정한 주요 이유였다.미리 다른 사람 명의로 여러 건의 보험에 들어놓은 뒤 관련자들을 차례로 살해해 보험금을 가로챈 ‘일본판 독부(毒婦)사건’도 ‘독’자가 선정되도록 하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독’의 뒤를 이은 한자들은 불황 등을 의미하는 ‘불(不)’과 세상이 어지럽다는 의미의 ‘난(亂)’ 등으로 올 한해 일본사회가 팍팍하고 시끄러웠음을 한 눈에 보여주었다.

특히 일본국민은 올해 청렴함과 우수함을 자랑하던 대장성 및 중앙은행 임직원들이 대거 부정부패사건에 연루된 것을 ‘독’과 ‘난’이라는 단어로 질타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한자’를 선정해 발표하기 시작한 95년 이후의 연도별 ‘당선작’을 보면 △95년 ‘진(震)’ △96년 ‘식(食)’ △97년 ‘도(倒)’였다. 고베(神戶)대지진과 O157 식중독사건, 기업 및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을 각각 반영한 한자였다.협회측은 “이 행사가 시작된 뒤 매년 어두운 글자만 선정될 정도로 일본 사회의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며 “내년에는 밝은 글자가 선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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