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로비 파문]글로비스 비자금 수사 어디로

  • 입력 2006년 3월 2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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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사장 구속수감28일 오후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글로비스 이주은 사장이 하도급업체를 통해 69억8000여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 수감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이훈구 기자
李사장 구속수감
28일 오후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글로비스 이주은 사장이 하도급업체를 통해 69억8000여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 수감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이훈구 기자
검찰의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수사가 그룹의 최고위층으로 향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현대차그룹 전체에 대한 전면 수사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서는 분명한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에 대한 전면 수사는 아니더라도 현대차그룹 ‘핵심’에 대한 수사는 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현대차그룹 전체의 비자금 수사로 확대=검찰은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의 로비자금과 관련된 현대차그룹의 비자금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나머지 계열사나 현대차그룹 전체의 비리를 수사하지는 않는다는 설명도 붙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행보를 볼 때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등 일부 계열사에 국한해 비자금 수사를 하기보다는 현대차그룹 차원의 비자금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정황이 더 많다.

주목할 만한 것은 비자금 조성 혐의가 드러난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 외에 현대자동차 재경본부 임원들을 검찰이 계속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비자금 조성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현대차를 상대로 비자금과 관련한 조사를 하고 있는 것.

현대차는 현대차그룹의 한 계열사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현대차그룹 그 자체라고 볼 수도 있을 만큼 위상이나 규모가 크다.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구조조정본부가 없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차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자금 문제에서도 현대차가 그룹 전체를 관할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금문제를 담당하는 현대차 임원들을 검찰이 소환했다는 것은 검찰이 이미 현대차그룹 전체의 비자금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자금 수사의 최종 목표는 정의선 사장 또는 정몽구 회장?=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수사는 필연적으로 정 회장 부자를 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글로비스와 현대차의 최대 주주나 회장을 정 회장 부자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글로비스의 최대 주주이고, 정 회장은 현대차의 대표이사 겸 회장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검찰도 계열사의 비자금 조성에 정 회장이나 정 사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주은(李柱銀) 글로비스 사장 등을 추궁하고 있다.

문제는 검찰 수사에서 정 회장 부자가 비자금 조성 및 사용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지시를 했는지가 입증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 사장 등을 추궁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 임원들은 “윗선의 지시가 없었고 모두 자발적으로 했다”며 그룹 최고위층의 관련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은 누구=글로비스 이 사장은 선린상고와 광주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최고경영자로 오르기 전까지 자금 업무만을 주로 맡아 그룹 내에서 ‘자금통’으로 평가받는다.

이 사장은 1974년 정 회장이 사장을 맡고 있던 현대차써비스에 입사했다. 꼼꼼한 업무 스타일로 정 회장의 눈에 든 것으로 전해진다. 1991년 재무담당 이사로 승진했다. 2000년 현대모비스(당시 현대정공)의 부사장을 거쳐 2001년 글로비스(당시 한국로지텍) 설립과 함께 대표이사에 임명됐다.

이 사장은 설립 당시 자본금 12억5300만 원이었던 글로비스를 시가총액 1조4700억 원(28일 종가 기준)의 큰 회사로 키웠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이례적으로 5년 동안이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점이 정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음을 증명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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