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아시아경기]南北선수단 『자주 만나니 정드네요』

  • 입력 1998년 12월 11일 19시 04분


사람은 자꾸 만나다 보면 친해지게 마련.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이념이니 체제니 하는 것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깨닫게 된다.

방콕의 남북한선수들에게도 이런 원칙은 마찬가지.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난 선수들끼리는 신세대답게 허물이 없고 스스럼이 없다.

91년 남북단일팀을 이룬적이 있는 탁구가 그 대표적인 사례. 당시 멤버인 한국의 김택수 이철승과 북한의 김성희 최경섭 등은 만날 때마다 반갑게 악수를 나눈다. 전의를 불태우는 것은 경기를 하는 동안만이다. 형식적으로 고개만 끄덕이는 그런 인사가 아니다.

더구나 북한팀의 신세대소녀 김현희(18) 두정실(19) 이은실(20) 등은 한국의 이철승을 보면 멀리서도 “철승이 오빠”하며 손을 흔든다. 가끔 짓궂은 장난도 건다.

체조도 남북한이 만나면 서로 허물이 없다. 국제무대에서 7,8년동안 자주 만나다보니 정이 든 것. 심판들도 중국심판과 대만심판이 이심전심으로 통하듯 남북한 심판들도 통하는 게 있다. 점수를 보면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남북한감독도 서로 잘 알고 지낸다. 상대 선수들의 장단점도 짚어주며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배길수와 여홍철 이주형 등은 형 동생 하며 터놓고 지내는 사이. 상대 경기땐 서로 박수도 쳐준다.

그러나 여자소프트볼 같이 7년만에 만난 경우는 아무래도 서먹서먹하다. 91년 아시아선수권에서 만난이후 다시 만난 양팀은 거의 새얼굴들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이런 경우는 말꺼내기가 쉽지 않다. 여자핸드볼도 마찬가지. 11일 남북대결때 서로 아는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

〈방콕〓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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