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선대인/자부심 잃은 「최고부대」

  • 입력 1998년 12월 11일 18시 39분


11일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최전방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여느 때처럼 A병장은 소대원 2명과 함께 경계초소에 올랐다. 매서운 칼바람이 뺨을 때렸다. 그러나 정작 A병장의 몸과 마음을 춥게 만드는 것은 날씨가 아니라 최근의 부대 분위기였다.

김훈(金勳)중위사건과 북한군 접촉 관련 보도로 부대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부대 분위기가 급랭해 있기 때문.

올해 2월말 김중위사건이 일어나자 부대는 심하게 술렁였다. 두차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문제의 2소대가 아닌 부대원들도 부대 내의 각종 비리와 상부의 ‘입단속’ 등으로 긴장 속에 지내야 했다.

김중위 부모가 군당국의 ‘자살발표’에 강하게 의혹을 제기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김중위는 타살됐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그러나 진상은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았다. “군대사고가 원래 그렇지”라는 자조감이 확산되기도 했지만 사건은 A병장을 포함한 부대원들의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잊혀졌다. 그러나 이달초 이 사건이 세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자 부대는 다시 ‘빙하기’처럼 얼어붙었다. 함구령이 또 떨어졌고 2소대원과 부대 간부들이 기무부대 등 각종 수사기관에 불려다녔다. 혹독한 훈련과 격무를 견디게 했던 ‘뛰어난 지력(智力)과 체력을 갖춘 대한민국 최고부대’라는 자부심도 함께 무너졌다.

“이번만은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진실’을 밝혀내 JSA가 최고부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해도 떳떳하지 않겠습니까.” A병장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강조한 말이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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