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PC통신 실명제의 한계

입력 1998-12-08 19:39수정 2009-09-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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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부터 PC통신과 인터넷 이용에 실명제(實名制)가 도입됐다.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실명으로 가입해야 하고 기존 비실명 가입자도 실명으로 전환해야 한다.

온라인 실명제 실시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사이버공간’의 타락이다.

대화방 등을 통한 언어 성폭력, ‘컴섹(컴퓨터섹스)’과 ‘번섹(번개섹스)’이 활개를 치더니 최근에는 ‘사이버 매춘’까지 등장해 충격을 줬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실명제가 얼마나 약효를 발휘할지 의문이다. 실명제가 감기약이라면 지금의 PC통신은 중증 폐렴환자”라고 말했다.

‘사이버공간’이 이처럼 걷잡을 수 없게 오염된다면 감시와 통제는 그만큼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일부 PC통신사는 최근 대화방의 음란성이 사회문제화하자 방이름이 조금만 야하거나 이상해도 삭제한다고 한다.

“‘성(性)에 대해 건전한 토론도 못하느냐. 왜 통신의 자유를 막느냐’는 통신인들의 항의를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게 통신사측의 하소연.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김영석(金永錫)교수는 “역기능을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 순기능까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 PC통신 인터넷 같은 뉴미디어의 이율배반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 한계를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할 것인지의 숙제를 앞장서서 풀어야 할 사람은 이용자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익명성을 악용하다 적발된 이용자 열명 중 여덟 아홉명은 책임을 면하기 위해 “내가 안했다. 이용자번호(ID)를 도용당했다”고 발뺌한다고 PC통신사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런 무책임이 사라지지 않는 한 병든 사이버공간이 건강을 회복할 날은 요원하다.

부형권(사회부)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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