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린벨트 풀긴 푸는데…

  • 입력 1998년 11월 24일 19시 04분


그린벨트 재조정과 관련, 정부가 내놓은 기본방향의 큰 틀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와 도시주변의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필요한 그린벨트는 그대로 놔두고, 보전가치가 낮은 지역만 해제하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제지역의 개발이익 환수 및 난(亂)개발 방지대책과 존치지역의 관리대책도 아울러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린벨트 대폭 해제에 따른 예상되는 부작용과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 어느 지역은 풀고 어느 지역은 그대로 놔둘 것인가 하는 구역조정의 어려움이다. 인구규모 개발밀도 녹지율 환경오염 등의 지표를 기초로 종합평가를 한다지만 복잡다기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형평성도 문제다. 단순히 풀린 지역과 풀리지 않은 지역간의 형평성 얘기가 아니다. 상수원보호구역 국립공원 군사보호지역 등도 그린벨트에 준해 풀어야 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자칫 수많은 집단민원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그린벨트 해제지역의 투기억제다. 그린벨트 전지역을 3년간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기는 했지만 이것만으로 투기를 막기는 어렵다. 이미 해제가 예상되는 지역의 땅값은 오를만큼 올랐다. 지가상승억제책이나 땅투기방지책으로서의 거래허가제는 빛이 바랜지 오래다. 양도소득세 중과 등 세금으로 억제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일 것이다. 해제에 다른 지가상승 이익 역시 개발이익에 포함시켜 환수하겠다는 방안도 강력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셋째, 해제지역의 관리와 난개발의 우려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이 바로 이 문제다. 중앙정부는 그린벨트 재조정의 기본원칙만 정하고 실제 구역조정과 시행은 지방자치단체에 모두 넘기겠다는 구상은 위험하다. 그린벨트가 모두 해제되는 도시권의 경우 도시 전체의 장기개발계획을 새로 수립토록 하고 부분적으로 조정되는 도시도 저밀도 개발계획으로 환경친화적인 도시가 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정부의 방침이자 희망사항일 뿐이다. 선거와 지방세수(稅收)를 의식한 자치단체장들이 주민들의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존치지역의 관리와 보전이다. 그린벨트 재조정이 그린벨트를 형해화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된다. 존치지역은 앞으로 어떤 이유와 명분으로도 또다시 훼손되어서는 안되며 제도개편은 그지역 주민들의 생활불편을 덜어주는 정도의 선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그린벨트 재조정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졸속은 금물이다.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정치한 보완대책이 사전에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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