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18년간 홀몸으로 자식키우신 억척어머니

  • 입력 1998년 11월 19일 19시 47분


스물다섯살의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아버지는 내 병을 고치려 애쓰다 사업이 망한 뒤 20년전에 구리로 이사왔다. 그로부터 2년 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보증금 10만원, 월세 3만5천원의 단칸방만 달랑 남겨 두고 떠나셨다.

어머니는 막내동생을 업고 모기약 장사부터 시작해서 옷장사 떡장사 식당일까지 안해본 일이 없다. 어머니의 나이가 젊어 주변 사람들이 재혼을 권했지만 나 때문에 재혼도 못하고 18년을 혼자 외롭게 사셨다.

지금이라도 좋은 분이 나타나면 결혼시켜 드리고 싶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엄하게 가르쳤다. 어느날 막내동생이 길에서 돈을 주웠다며 장난감을 사왔다. 3형제가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어머니가 화난 얼굴로 집에 와 동생의 종아리를 때렸다. 알고 보니 친구 집에서 훔친 돈이었다. 그때 어머니의 눈물을 처음 보았다.

어머니의 고생으로 우리는 2년전에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지금 조그마한 식당을 운영하고 계신다. IMF시대라 좀 힘들지만 옛날에 어려웠던 일들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자랑스러운 어머니….

김홍표<경기 구리시 인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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