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운용방향 안이하다

  • 입력 1998년 11월 19일 19시 05분


정부가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쓸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경제정책을 사실상 총괄조정하고 있는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은 올해 말까지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고 내년부터는 내수진작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년 경제운용 기본방향은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대외적인 경제여건도 우리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을 전제로 한 것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경기부양책을 마냥 미룰 수 없는 실정이긴 하다. 또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경기부양책은 필요하다. 민간부문의 소비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만큼 재정부문에서 내수를 촉진해야 한다는 당위론도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이다. 정책의 우선순위와 수단에도 문제가 있다.

그동안에도 정부는 갖가지 경기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재정지출과 통화공급 확대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런데도 돈은 계속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다. 한마디로 신용경색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은행대출금리를 연 11∼12% 수준으로 낮춘다고 해서 투자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다. 물론 대출금리는 가급적 빨리 내려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금융경색을 풀어 돈이 돌도록 해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금융구조조정을 하루빨리 마무리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기업구조조정의 큰 틀이 연말까지 갖춰지면 신용경색이 풀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지나치게 안이하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여 경제할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급선무다. 아무리 재정지출과 통화공급을 늘리면서 민간부문을 독려해도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경제는 돌아가지 않는다. 적극적인 부양책에 앞서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올바른 정책대응의 기본방향부터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경제주체들이 믿고 따르게 된다. 아직도 대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은 크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그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대외여건 악화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경상수지 흑자기조 유지 및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등을 통한 외환시장 안정기반을 확고히 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앞서 지적한 대로 금융시스템의 복원이 최우선 과제다. 그리고나서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 이와 함께 사회안전망의 확충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경기침체나 불황보다 고실업의 장기화에서 비롯된 사회경제적 불안이 증폭될 가능성이 더 크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분명해야 한다. 지난 1년간 위기수습과정에서 보여준 정책혼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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