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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10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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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업자에게 “공사가 완료되는 즉시 대금을 결제할테니 미리 청구해달라”고 말했다. 계획된 공사여서 예산을 이미 확보해놓은데다 업자가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고 돈을 일찍 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
이 업자는 뜻밖에도 “그럴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회사의 내부 규정상 자체점검후 하자가 없어야만 대금 청구가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내 쪽에서 오히려 ‘올해 예산은 올해 집행해야 하니 돈을 청구해달라”고 여러차례 부탁했지만 허사였다.
그는 공사를 마친 뒤 공사점검표를 만들어 약 2개월간 매주 빠짐없이 점검을 했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카페트를 바꿔 까는데 2개월의 점검이 왜 필요한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느덧 새해가 됐다. 그는 하자가 없음을 최종 확인한 뒤 비로소 대금청구를 했다.
공사를 마치고 자체점검 결과 조그만 하자를 찾아내고는 ‘하자를 완전히 없앨 때까지는 공사대금을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업자 때문에 돈을 주는 쪽에서 곤혹을 치른 경우도 있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우리는 어떤가. 공사도 제대로 끝내지 않고 대금을 미리 챙기려하고 일은 대충대충하다보니 ‘부실왕국’이란 소릴 듣는 것은 아닌가.
고정훈(서울 강동구 명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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