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광표/부실한 「문화재 국감」

  • 입력 1998년 11월 8일 19시 43분


지난 5일 오후 정부 대전청사에서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의 문화재관리국 국정감사장. 이날 감사는 “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하자”는 의원들의 높은 목청과 달리 부실감사란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우선 의원들의 질의 자료 준비가 허술했다. 국민회의의 한 의원은 해외 소장 문화재 반환 문제와 관련, “최근 2년동안 반환된 것은 겨우 두 점뿐, 그것도 민간이 구입해 기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말 한 재일동포가 국립중앙박물관에 1백여점의 문화재를기증한사실을간과한 것.

한나라당의 모 의원은 북한문화재 불법유출과 관련해 ‘현재 북한 소재 중요문화재는 국보급 50건… 사적 73건…’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이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 북한의 문화재는 국보만 3백여점에 달한다. 또한 ‘사적’이란 명칭도 ‘보존유적’으로 바뀐지 오래다.

두 의원의 질의 자료에 완전히 똑같은 문구가 등장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킨 경우도 있었다. 국민회의와 한나라당 의원의 자료에 나오는 ‘북한 당국과 합의해서 고구려 유물이나 평양미술관의 소장품 등을 서울 등지에서 전시함으로써 불법적인 밀반입 방지와 문화교류 확대의 효과를 노릴…’이라는 문구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한 전문가에 따르면 평양에 평양미술관은 없고 현대미술관이 있다고 한다. 잘못된 이름까지도 그대로 똑같이 사용한 것이다.의원들의 자료준비 부실은 곧 국정감사의 부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화재관리국장의 답변 시간이 되자 의원들은 대부분 “서면으로 대체하라”고 말하고 서둘러 경주로 떠났다.

<이광표>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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