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맛집/곱창구이]「쫀득쫀득」 서민의 별미

  • 입력 1998년 11월 6일 18시 53분


《연분홍빛 살집이 노릇노릇 익어간다. 쫀득쫀득, 고소하게 씹히는 맛. 소주 한잔까지 곁들이면 성큼 다가온 쌀쌀한 날씨에 어깨를 움츠린 게 언제였나 싶다. ‘퇴근 후 한잔’파가 즐기는 별미 중 하나인 곱창구이. 선술집 분위기라야 제대로 어울리는 곱창구이는 곱창 속의 소화액 때문에 소화도 잘된다. 소창이란 소의 대창과 막창사이 부위. 곱창과 함께 구워 먹는 양은 대창과 연결된 위(胃)의 바깥쪽 부위다. 곱창구이 맛의 비결은 무엇보다 곱창을 잘 다듬는 것. 냄새제거와 육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관세청 부근 ‘두꺼비 곱창’(02―3442―2772) 주인 김휘남씨(56)는 나름대로 터득한 노하우를 공개했다.

편안한 인상 덕에 ‘두꺼비 아저씨’로 불리는 김씨는 평안남도 진남포 출신의 실향민. 60년대 중반 서울 광화문에서 문을 연 이후 곱창집을 운영한 지 벌써 35년을 넘겼다. 여동생 중 김희선씨는 이 식당에서, 김희숙씨는 송파구 오금동 올림픽 선수촌아파트 건너편의 두꺼비곱창 분점(02―448―4595)에서 조리사로 일하는 등 집안이 곱창과 인연이 깊다.

먼저 양파즙을 이용한 냄새 제거. 곱창과 양을 양파즙에 재워 2∼3시간 냉장고에 넣어두면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냄새가 가신다는 게 그의 설명.

“30년전쯤에는 냄새 없애고 육질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느라 고민도 많이 했지요. 소화제를 빻아 섞어보기까지 했지요”라며 웃음짓는 김휘남씨. “대창 곱창 막창 양 등은 하루만 지나도 맛이 변해 선도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적당한 온도의 불과 굽는 시간도 맛을 좌우한다. 곱창의 겉껍질을 벗겨낸 뒤 숯불에 ‘잘 된 계란반숙’처럼 구워 서너번 씹어 삼킬 정도로 구워야 최고의 맛이 살아난다고 한다.

곱창을 찍어먹는 양념장도 빼놓을 수 없다. 곱창과 양의 담백한 맛에는 새콤달콤한 게 좋다.

양곱창(2만원)을 기본메뉴(2∼3인분)로 내놓는 ‘두꺼비 곱창’의 별식은 동치미에 만 꼬들밥에 참기름을 친 김치말이와 동치미국시(2천5백원) 같은 북한음식.

한편 서초구 서초동 교대후문 앞 거북곱창(02―586―0032)과 서대문사거리 화양극장 옆의 ‘로타리 소곱창’(02―362―2330)도 소문난 곱창구이집. 로타리 소곱창은 소금과 후추간으로 곱창 맛을 돋운다. 이 집의 점심메뉴인 돌솥밥 김치찌개(4천원)는 인기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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