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동해「추암촛대바위」 해돋이는 「애국가 배경화면」

  • 입력 1998년 10월 28일 19시 12분


‘소주 한 잔으로 그리움 달래고 눈물 한방울로 서러움 삭히고…. 가슴에 묻었던 고향이 어느새 이만큼 가까워졌구나. 마음은 벌써 그곳인데 배는 왜 이리 더디기만 할까’

동해 어디서고 볼 수 있는 해오름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그 모습의 아름답기가 특출하다는 동해시. 그러나 이제 곧 금강산 유람선 관광이 시작되면 이곳은 뱃길로 북한을 잇는 길목이 된다. 비록 걸어서 못가고 배타고 들어가는 금강산이기는 하지만 민족의 한과 염원을 싣고 떠나는 그 배가 오가는 동해시로 가는 길이 여늬 관광지로 가는 기분과 같을 수 있을까.

동해로 가는 차 안에서 계속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 하나. 88년까지 영화관에서 영화 상영전 반드시 틀어야 했던 애국가 연주시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하는 가사와 함께 스크린을 가득 메우는 일출 장관이다. 그 일출이 바로 촛대바위에서 본 것이라는 사실을 안것은 한참후 였다. 기묘한 모습의 바위와 동해바다 수평선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아침해. 촛대바위를 품고 있는 동해로 가는 길은 그 장관을 만날수 있다는 희망에 늘 행복하다.촛대바위바위가 있는 곳은 동해시의 명소 추암해수욕장이다. 이 곳은 수중의 기암괴석이 바다를 배경으로 촛대바위와 함께 어울려 빚어내는 비경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촛대처럼 생긴 기이하고 절묘한 모습의 바위가 무리를 이루며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오른 모습. 그것을 한민족의 기상으로 그려낸 애국가 배경화면은 참으로 촌철살인적인 적확한 표현이었다.

촛대바위와 주변 기암괴석군을 둘러싼 바다는 수시로 모습을 바꾼다. 파도 거친 날 흰거품에 가리우면 승천하는 용 모습을 닮고 파도 잔잔한 날은 심산유곡에 감춰진 선녀탕의 비경을 연상케 한다.

이곳의 해돋이는 워낙 유명해 주말에는 촬영을 하려는 여행자와 사진작가들로 꼭두새벽부터 붐빈다. 우암 송시열도 이곳 일출을 보고는 발길을 떼지 못했다는 말이 지금도 전해진다.

종전에는 주변 해안이 군 통제구역에 들어가 촬영에 제한이 있었으나 올 4월에 제한이 풀려 이제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해암정촛대바위는 그 자체로도 풍광이 뛰어나지만 그 뒷편에 자리잡은 해암정과 어우러지면 더 더욱 아름답다. 금상첨화를 여기에 비긴다 할 정도다.

그 비경을 ‘해암정기’는 이렇게 적고 있다. “금강산과 오대산이 수백리 달려와 용처럼 날고 봉황처럼 날개를 펴 이룩한 산이 두타산이고 그 한가지가 동쪽에 떨어져 해상에 만물상을 이루니 곧 능파대다. 해암정은 그 능파대를 울타리로 삼은 곳이다.”

능파대(미인의 걸음걸이)란 세조의 총신이었던 한명회가 강원도 관찰사가 되어 이곳을 지나다 보고 붙여준 이름.

정면3칸 측면2칸에 팔작지붕을 얹은 해암정. 지은이는 고려 공민왕 10년(1361년)에 이곳으로 낙향한 삼척 심씨의 시조 심동로다.(1361년).동로(東老)는 만류를 뿌리치고 낙향을 고집한 그를 아쉬워하며 공민왕이 ‘동쪽으로 간 노인’이란 뜻으로 하사한 이름. 그는 이 곳에 머물며 삼척 심씨의 시조가 됐다.

지금의 정자는 화재로 타버린뒤 조선 중종 25년(1530년)에 중건한 것을 다시 정조 18년(1794년)에 중수한 것.

이제 해암정과 촛대바위는 금강산 유람선을 보내고 맞는 곳으로 또 한번 유명해질 것이다.

〈동해〓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