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악바리」 최주연,언니들의 「지독한 사랑」

  • 입력 1998년 10월 20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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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중공업 여자테니스 간판스타 최주연(23).

가무잡잡한 얼굴에 시원한 부산사투리를 쓰는 그는 소문난 ‘악바리’다.

평소 팀내에서 누구보다 훈련에 열심인데다 일단 코트에 들어서면 얄미울만큼 정교하고 끈질긴 스트로크로 상대방을 기진맥진하게 만들기 일쑤다. 최주연을 이토록 강하게 만든 원동력은 뜨거운 형제애.

최주연은 어려운 가정환경탓에 성장기 영양 부족으로 악성빈혈에 시달려 왔다.

비행기로 장거리 여행을 해야 하는 국제대회 출전은 신청해 놓고도 포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자연히 랭킹포인트를 쌓을 기회도 적었고 어지럼증 때문에 운동을 포기하려고 생각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세명의 언니들이 나섰다. 큰언니 윤형(30)은 빈혈로 신음하는 동생을 위해 수차례 자신의 피를 뽑아 수혈했고 피가 안맞아 수혈할 수 없는 나머지 두 언니는 발을 동동 구르며 곁을 지켰다.

단칸방에서 함께 생활해온 언니들이 4녀1남 중 넷째로 자매들 중 막내인 최주연에게 퍼붓는 사랑은 유별났다.

최주연은 올시즌 국내에서 열리는 양대 챌린저대회인 세아제강컵과 벼룩시장배대회를 모두 석권하며 세계 1백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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