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클리닉]김원규/남 웃기는 것도 큰 능력

  • 입력 1998년 9월 27일 18시 29분


“오용근씨! 골치 아픈데 ‘Y담’이나 하나 해봐.” 선우부장이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

“회사에서 그런 얘기 안하기로 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제 깐에는 골치 아픈 시대일수록 웃어가며 일하자는 의미에서 ‘연구’한 겁니다. 그런데 제 얘기가 사장님 귀에 들어갔다는 거예요. ‘그 친구 일은 안하고 농담이나 지껄이고 다닌다’고 욕만 먹을 것 같아서요.” “그런 일이 생기면 ‘오용근씨만은 퇴출시키면 안된다’고 서명운동이라도 벌일 테니까 제발 계속하라구. 자네 유머마저 없어지면 회사에 나올 재미가 있나.”

이때 미스신이 전했다. “사장님께서 부장님과 오용근씨를 찾고 있습니다.” 오용근씨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에, 선우부장은 ‘농담이 진담이 된건가’하는 생각에 씁쓸하게 얼굴을 마주보고는 사장실로 향했다.

“임원들이 요즘 골치가 많이 아픈 것 같아 토요일에 우리집에서 부부동반모임을 가지려고 하는데 오용근씨가 필요해. 사회를 보며 실컷 좀 웃겨주게. 자네 ‘실력’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 선우부장, 팀의 인재를 좀 빌려줄 텐가?” “여부가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오용근씨는 올해초부터 수시로 10여명의 ‘웃기는’ 친구들과 PC통신을 모니터해 ‘수준있는’ 음담패설과 독특한 유머를 모았다. 출퇴근시 지하철에서 분류하고 정리해 어떤 모임에서건 실컷 웃겨줬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함으로써 정리해고를 잊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원규(퍼스널석세스아카데미·PSA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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