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88올림픽 10돌맞이

  • 입력 1998년 9월 16일 19시 23분


세계인을 향해 한민족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던 서울올림픽이 17일로 10주년을 맞는다. 과거의 어느 대회보다 형식과 내용면에서 알찼기 때문에 성공한 올림픽의 대표적 사례로 내외의 평가를 받을 때마다 국민 모두는 높은 긍지와 자신감에 넘쳤다. 그로부터 10년. 경제위기 속에 투영된 우리의 자화상은 표류하는 배에 탄 승객처럼 불안한 모습을 감출 길 없다.

▼서울올림픽의 공식 슬로건은 ‘화합과 전진’, 개회식의 공연 주제는 ‘벽을 넘어서’였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가 벽을 넘어서 얼마나 화합과 전진을 이룩했는지 되돌아보면 왜 우리의 자화상이 불안한 모습이 될 수밖에 없는지 자명해진다. 성화가 꺼지자마자 화합과 전진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잊은 채 지역의 벽을 높이고 계층의 벽을 두껍게 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화려한 올림픽의 겉모습에 도취해 분수 모르고 거품에 들뜨지 않았는지도 깊이 자성해야 할 때다. 10년 전의 우리 국민 1인당 소득은 4천2백95달러였다. 지난해는 9천5백11달러로 두배를 넘긴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자동차 등록 대수는 거의 5배, 해외출국자는 6배가 넘게 늘었다. 원유 도입량 또한 4배나 늘었다는 통계다. IMF체제는 이 거품의 결과였다.

▼문제는 미래다. 서울올림픽 10주년을 맞아 과거만 되돌아본다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다. 세기말 속의 세계 각국은 21세기의 청사진을 만들고 그 실천을 담보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위기 속에 표류하는 우리 현실과는 대조된다. 10년 전 성화가 타오를 때 느꼈던 긍지와 자신감을 되살려 현실의 벽을 넘어 새 세기로 나아가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임연철 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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